[쿠키 스포츠] ‘콧수염 카리스마’ 이재주(36)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의 환희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는 27일 KIA 구단으로부터 내년 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한국시리즈 우승 3일 만에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다.
28일 오전 전화를 걸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정말 뜻밖이었기 때문에 멍하더라고요. 내년까지만 선수 생활을 하는 게 목표였고, 팀이 우승도 했으니까 한 시즌 더 뛰는 건 별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고용의 유연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프로 스포츠 무대는 살벌한 곳이다. 이재주도 자신이 그런 환경에 놓여 있는 직업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제가 억지를 쓴다고 되돌릴 수 있는 일은 아니죠.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밖에요. 구단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더 이상 제가 활용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습니까. 실력이 좋으면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이 부러울 때가 많아요. 직장 다니는 분들은 아프면 휴가라도 내는데, 저희는 그럴 수도 없잖습니까.”
내년 한 시즌만 더 뛰고 싶은 그의 바람에는 간절한 이유가 있다. 2007년 12월에 결혼한 이재주는 다음 달이면 아빠가 된다.
“아이가 어려서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빠가 야구 선수라는 걸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안 되면 할 수 없죠, 뭐. 만일 이쯤에서 선수생활을 접어야 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연말까지는 ‘한 시즌만 더’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른 구단의 영입 제의를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강릉고를 졸업하고 1992년 태평양에 입단한 이재주는 현대를 거쳐 2002년 KIA 유니폼을 입었다. 17시즌 동안 981게임에 출장해 2200타수 554안타 82홈런 355타점에 타율 0.252를 기록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다 대타 홈런기록(20개)을 갖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올시즌엔 51게임에 나와 108타수 21안타(타율 0.194)의 성적을 남겼다.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 5타수 무안타(볼넷 1개, 삼진 1개)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이재주는 주저없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꼽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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