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여성의 ‘빼앗긴 코리안 드림’ … 브로커에 뜯기고 임금 못받아 ‘빚더미’

네팔 여성의 ‘빼앗긴 코리안 드림’ … 브로커에 뜯기고 임금 못받아 ‘빚더미’

[쿠키 사회] “평생 갚기 어려운 빚만 떠안고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은 것이 너무도 후회됩니다.”

지난 10일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만난 30대 네팔 여성은 지난 1년간의 한국생활을 돌아보며 몸서리를 쳤다. 브로커의 말에 속아 거액의 뒷돈까지 건네며 위장결혼을 택한 자신의 처지가 너무도 한스러웠기 때문이다.

네팔 출신의 구릉 칸티 마야(여·35)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3일.

당시 마야씨는 ‘매달 150만원 가량을 고향에 보낼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2천만원이란 거액을 빌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위장결혼’이란 꼬리표는 마음에 걸렸지만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마야씨는 “가족들을 위해 조금만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에 2천만원이란 거액을 빌려 한국으로 왔다”며 “위장결혼을 해야만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이미 브로커에게 돈을 건넨 뒤였다”고 털어놨다.

마야씨의 한국생활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마야씨는 입국 다음달인 지난해 3월 4일 목포에 사는 신모(40)씨와 혼인신고를 한 뒤 한국인 브로커가 소개한 경기도 의정부의 자동차 부품공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마야씨는 취업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 업체 사장이 마야씨가 위장결혼을 통해 불법으로 입국한 사실을 알고 고의로 돈을 주지않은 것이다.

마야씨는 결국 네팔인 동료의 소개로 경기도 동두천의 닭고기 가공공장으로 옮겨 일을 했다.

이 곳에서 하루 14시간이 넘는 고된 노동을 하고 받는 돈은 100만원 남짓.

잠자리는 네팔인 동료 5명과 쪽방에서 새우잠을 자며 해결했지만, 생필품과 식료품 등을 사고나면 네팔에 월 50만원을 보내기가 힘겨웠다.

한국 입국 당시 빚 2천만원은 물론, 매달 생활비를 대기 조차 빠듯했다.

하지만 마야씨에겐 더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한국행을 부추긴 브로커가 지난해 8월께 부산에서 붙잡히는 바람에 위장결혼 사실이 드러나 강제 출국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또 지난달 28일에는 서류상 남편인 신씨가 비자 연장을 빌미로 250만원을 빼앗아 달아나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마야씨는 현재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네팔로 강제 출국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마야씨는 “한국 입국 때 빌린 돈을 하나도 갚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인 남편에게까지 250만원을 빼앗겼다”며 “네팔에서 집 한 채 값인 2천만원을 갚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이상 삶의 희망이 없다”고 울먹였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전남의 허위 국제결혼 사범은 240명에 달한다.

이는 2007년 151명에 비해 58.9%(89명)나 증가한 것으로, 2년 전인 2006년(112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위장결혼이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광주일보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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