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빚더미 속 73조 전력망 계획…재원 마련 ‘전기료·회사채’로 가능할까

한전, 빚더미 속 73조 전력망 계획…재원 마련 ‘전기료·회사채’로 가능할까

-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원가절감·전기요금↑’ 재원 조달
- 총부채 200조, 미상환 회사채 잔액 63조 이상…재무부담 지속
- 산업용 전기료↑, 전력직구 등 시장 이탈도…“세부 방안 논의돼야”

한국전력 본사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한국전력이 급증하는 전력수요 및 에너지 대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15년간 약 73조원을 들여 송배전망을 구축하는 내용의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했다.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 밝혔으나, 전력직접구매가 허용되는 등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어 이 역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적용되는 제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은 호남-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계통을 재구성하고, 반도체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전력수요를 반영한 전력공급 인프라를 확충하는 내용이 골자다.

호남-수도권 HVDC는 현재의 전압형 HVDC 기술 수준(단위 최대용량 2GW), 변환소 부지확보 및 배후계통 보강여건 등을 고려해 기존 4GW급 2개 루트(2036년 준공)를 2GW급 4개 루트(2031, 2036, 2038년 단계별 준공)로 변경했으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필요한 10GW 이상 대규모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산단 내 변전소 신설, 기존 전력망과의 연계 등의 설비계획도 포함됐다. 기존에 추진 중인 하남시와 당진시의 전력망 구축 사업도 건설지연 및 계통여건 변경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준공 시기를 뒤로 조정했다.

이번 설비계획은 지난 10차 계획(56조5000억원) 대비 16조3000억원 증가(29%↑)한 규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자재비 상승, 지중송전선로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11차 계획 투자비 내역 및 재원 조달계획에 따르면, 총 투자비 72조8000억원 중 무탄소전원 등 발전연계를 위한 투자비에 약 50조7400억원이, 첨단산업 등 전력공급을 위한 투자비에 약 22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한전은 “경영효율화, 원가절감 노력과 더불어 적정한 전기요금 운영(인상)을 통해 투자재원을 자체 조달해 나갈 계획”이라며 “부족자금이 발생할 경우 회사채 등 차입금 조달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송전선로. 연합뉴스 

부채 200조…전력직구 확산 등 전기요금 인상 딜레마 ‘과제’

현재 한전의 재무상황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4조2240억원, 영업이익 3조7536억원, 당기순이익 2조3617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매출 4% 증가, 영업이익 188.9% 증가, 당기순이익은 296.3% 증가하며 7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뤘지만, 여전히 부채비율 480%, 총부채 200조9000억원을 안고 있다.

1분기 기준 국내에서 발행한 미상환 회사채 잔액 역시 63조원이 넘는다. 만기가 도래하면 추가 발행으로 사실상 ‘돌려막기’를 하는 상황에서 회사채를 추가로 찍어내는 것에도 부담이 따른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약 2조3829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한 해 동안 지출이자만 4조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이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추가 정산금 1조4000억원을 지불해 달라며 국제중재를 진행하고 있어 변수도 존재한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주택용·일반용(자영업) 전기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사실상 동결 상태이며, 이를 대신해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산업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kWh(킬로와트시)당 105.5원이었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68.2원으로 59.4% 급등했다. 2023년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로부터 전기를 직접 구매하는 전력직접구매에 대한 움직임이 늘어났고, 정부가 관련 규칙개정안을 지난 3월 의결하면서 그간 근거로만 있었던 제도의 토대를 마련했다. 아예 발전소를 직접 짓는 기업도 늘어났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산업이 변화하면서 전력직접구매, 분산에너지 등 민간 전력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 주도로 그간 전력시장을 독점해 온 한전 입장에선 수익성에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전 주주 모임 소속의 한 주주는 “기업이 SMP(전력도매단가)가 오를 땐 한전의 도움을 받고,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 전력직접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체리피킹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올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전력업계에선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이번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의 재원 마련에 대한 세부 방안들이 논의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아가 전기요금 인상이 한전의 가장 큰 재무완화 방안인 만큼 다양한 제도를 동반해 시장 충격을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한해 지난 2018년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토요일 경부하 요금제(토요일 일정 시간대 사용하는 전기요금 인하)’를 3년가량 재운영하고, 계절별 전력수요를 고려해 6월과 11월은 여름·겨울철 요금이 아닌 봄·가을철 요금으로 적용해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면서 “전력수요 예측 가능성이 높은 전력 부하율 안정 업종을 대상으로 별도 요금제를 시행하고, 산업용 전기 기본요금 부과방식을 개선하는 등 방안이 동반돼야 시장 충격 및 이탈을 최소화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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