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경제] 경기 불황으로 서민들의 빚 상환능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고율의 연체 이자를 물리고 무리한 채권추심을 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법 채권 추심사례도 급증, 채무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금리 하락으로 대출 이율은 내려가고 있지만 대출연체율은 최고 연 25%, 보험사 연 20%, 카드사 연 30%, 저축은행들은 연 40%로 대출 이자율보다 3∼4배 높다.
SC제일은행의 연체이율은 연 14∼25%에 이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연체 첫 달에는 이자에 대해서만 연 17%의 연체이자를 부가하고 3개월이 지나면 연 19%로 올라간다. 신한은행은 연 16∼21%, 국민은행은 연 14∼21%의 연체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과 실직 등으로 일시적 자금부족에 빠진 서민들은 빚을 제 때 갚지 못할 경우 연체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청와대 신문고에 글을 올린 조모씨는 “연체일이 불과 30일만 넘어가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아예 원금에다 연체이자를 물려버리니 서민들로서는 금액이 너무 커서 점점 갚을 기회를 놓치게 되며 결국은 재산을 경매로 날리게 된다”면서 “원금에 대한 연체이자는 이자 폭탄”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의 집을 경매에 넘기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18개 은행들이 올해 1∼3월 경매를 신청한 건수는 모두 70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979건에 비해 17%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채권추심 관련 상담건수는 지난해 1만207건으로 전년 대비 17.9% 늘었다.
이 가운데는 채무자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식교육을 어떻게 시켰냐”며 인신공격을 하거나 새벽 2시40분에 전화로 상환을 독촉하고 하루 밖에 연체가 안 됐는데도 반나절 동안 10건의 상환독촉 문자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는 사례도 있었다.
A캐피탈사는 현재 별거 중인 부인을 찾아가 남편의 채무를 변제하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남편의 소재와 연락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신용정보회사가 채무자 외 관계자에게 채무불이행 사실을 알리거나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해 사생활과 업무를 심하게 해치는 경우는 불법 추심으로 처벌받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채권추심으로 인한 금융 소비자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의 채권추심 관련 법규 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황일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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