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누굴 위해 올렸나 승객 감소에 우는 기사들

택시비 누굴 위해 올렸나 승객 감소에 우는 기사들

[쿠키 사회] 영업용 택시 기사 박모(33·광주시 북구 두암동)씨는 지난해 말 택시 요금이 오른 것이 결코 달갑지 않다.

불황으로 서민들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400원씩이나 기본요금을 올리는 바람에 승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박씨가 매일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태우는 승객은 30명 안팎으로, 요금 인상 전보다 3분의 1(10여명) 가량 줄었다.

박씨는 “요금 인상 이후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어 12시간을 꼬박 운전해도 겨우 10만원 밖에 손에 쥐지 못한다”며 “올 들어 하루 평균 수입 이 2∼3만원은 줄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의 택시 요금이 오른 지 두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불황과 서비스 개선 미흡 등의 여파로 되레 승객이 줄고 있어 택시 기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기사들이 사납금과 유지비 등을 맞추기 위해 미터기를 조작하는가 하면 여성 승객을 대상으로 한 연쇄 강도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택시 타기를 더욱 꺼리고 있다.

3일 광주지역 택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 택시 기본요금이 1천800원에서 2천200원으로 20% 오른 이후 매출이 오히려 ‘뒷걸음질’ 하고 있다.

오랜 불황과 고물가의 그늘 속에 택시요금까지 인상됨에 따라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올 들어 차량용 LPG(액화석유가스) 가격이 ℓ당 50원 가량 오른 데다 택시회사들의 사납금 인상 검토 등도 택시 기사들의 생계를 옥죄고 있다.

택시 요금 인상은 승객들에게도 큰 불만 요소가 되고 있다.

택시 업계의 매출 감소로 일부 비양심적인 기사들이 미터기를 조작해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가 하면 여성을 상대로 한 강도사건까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시의 최근 실태 조사 결과 미터기의 봉인이 끊긴 택시 4대를 적발한 것으로 드러나 조직적인 미터기 조작 등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는 현재 광주에서 운행중인 택시 8천264대 중 2천80대를 점검했으며, 나머지 차량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심야시간대 탑승한 여성 승객들을 상대로 한 달 새 무려 7차례나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 택시기사 이모(3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승객 감소로 사납금 채우기도 힘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담담하게 진술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불황으로 인한 일부 택시 기사들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주부 박모(27·광주시 서구 풍암동)씨는 “가뜩이나 요금이 올라 부담이 큰 데 미터기 조작이나 강도까지 기승을 부린다면 어떻게 택시를 타겠느냐”며 “서비스도 나아진게 없어 과연 누구를 위해 요금을 올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광주일보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김현섭 기자
khh@kwangju.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쿠키뉴스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