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키운 소 죽일 수도 없고…” 소값 폭락에 축사엔 슬픈 워낭소리

[르포] “키운 소 죽일 수도 없고…” 소값 폭락에 축사엔 슬픈 워낭소리


[쿠키 사회]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젖소 송아지값은 갈수록 떨어지고. 애써 키운 송아지를 내 손으로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주에서 20여년간 젖소를 키워온 박일문(45·나주시 반남면 흥덕리)씨는 축사에 있는 송아지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2년 전만 해도 50∼60만원에 거래되던 숫송아지값이 최근에는 10만원 아래로 ‘곤두박질’ 한 탓이다.

박씨는 “사료값 폭등과 송아지값 하락이 겹치는 바람에 키워봤자 손해만 커진다”며 “영세 농가의 시름을 덜기 위해서라도 ‘송아지값 안정화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해는 박씨 등 낙농가에겐 유난히 견디기 힘든 한 해였다.

2007년에 포대당 8천원 하던 사료값이 지난 해 10월 1만5천원으로 두 배나 뛴 사이 송아지값은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시행된 원산지표시제도 소비자들의 육우 수요감소로 이어져 송아지값 폭락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박씨의 한 달 평균 수입은 총 1천700여만원.

최근 소값 하락으로 인해 대부분의 수입을 원유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사료값과 대출이자 등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는 게 박씨의 하소연이다.

박씨는 “한 달 사료값만 1천500만원이 들고 진료비(30만원), 왕겨값(100만원), 대출이자(40만원) 등을 빼면 실제 소득은 전혀 없다”며 “하루하루 늘어가는 빚만 생각하면 밤잠을 설칠 지경”이라고 했다.

박씨는 또 “사료값이 치솟기 전에는 한 달에 평균 400∼500만원 정도를 벌었다”며 “우유공급가격이 지난해 10월에 ℓ당 120원이 올랐지만 사료값이 급등한 탓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를 키우는 낙농가의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아예 소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남지역의 낙농가 수는 433곳에 이른다.

이는 1년 전인 2007년 말(473곳)에 비해 8.5%(40곳) 가량 줄었다.

사료값 급등과 소값 폭락의 여파로 지역 내 농가 10곳 중 1곳은 소 사육을 접은 셈이다.

김용철 전남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지역 농가 가운데 상당수가 사료값 상승과 송아지값 폭락 등의 이유로 사육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송아지값이 폭락했을 때 손실금의 일정부분을 지원해 주는 ‘송아지값 안정화 정책’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현재 낙농인들은 ‘사료값 안정화 기금’ 조성을 통해 농가의 손실을 일정부분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농가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광주일보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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