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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부과하면 되지” 공무원 안전불감증 [무너진 건물 아래④]

해체(철거) 공사로 사람을 잃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2017년 서울 낙원동, 2019년 서울 잠원동, 지난해 광주 학동 사고.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는 각종 대책과 약속을 쏟아냈지만, 변화는 미미했다. 특히 철거공사 관리‧감독에 나서야할 지자체의 현장 파악 및 점검은 부실했고, 전문성 확보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지난해 6월9일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구역에서 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12월21일 현장을 방문해본 결과 철거공사는 중단된 상태였고 HDC현대산업개발 협력사 직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안세진 기자 

공사 시작했지만 파악도 못한 지자체 

광주 붕괴사고 이후에도 지자체의 철거 공사 관리는 안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쿠키뉴스가 7일 서울과 경기도, 전국 5대 광역시(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30일 기준 철거 공사 현황을 조사해 본 결과 대부분 지자체에서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철거공사 현황 파악 미비, 부실한 현장점검이 여실히 드러났다.


건축물관리법상 지상 5층과 높이 13m 이상의 건물 등은 허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지자체는 공사 관계자들이 심사 통과 전에 해체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감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감독청인 지자체는 실제 공사 시작·종료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쿠키뉴스가 각 지자체에서 입수한 공사 데이터에 따르면 공사 시작 일자가 관리감독청인 지자체의 허가‧신고일보다 앞서는 경우가 다수였다.

한 예로 부산 남구에서 진행된 한 해체공사의 경우 정식 허가일은 지난해 10월18일이었으나, 공사 시작일은 이보다 한 달 전인 같은 해 9월15일이었다. 사실상 안전성 검토를 마치지 않은 무허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청은 공사 현황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에 나갔을 때 무허가 상태에서 건물을 헐고 있는 것을 목격하면 과태료 처분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후약방문’식 적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 지자체의 답변은 대부분 동일했다. 

다수의 구청 관계자는 “구청이 보유한 공사 시작일이 정확한 경우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공사 시작 일자는 공사 관계자가 임의로 기재한 예상 일자일 뿐이고, 기본적인 원칙은 허가 이후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나중에) 신청 들어온 건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나갔을 때 허가 나기 전인데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면 10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어쨌든 점검하니, 정확하지 않아도 크게 중요치 않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지자체에 따라 현장점검을 하지 않는 곳들도 존재했다. 사실상 무허가 공사를 통제할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태다. 현장점검을 해도 점검 건물별로 별도의 점검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지자체 관계자는 “담당 주무관이 매주 해체공사 현황 보고를 하고 있다. 모든 현장을 다 갈 수는 없고, 최대한 갈 수 있는 한 가고 있다”며 “전문가 동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건물별로 점검 보고서를 작성하지는 않는다”며 “그날 전체 안전점검 결과에 대한 보고서만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지역건축안전센터 현판.   강원도

대안으로 제시된 안전센터, 설치 지지부진


지자체의 부족한 인력과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건축안전센터’도 부실한 운영 상태를 드러냈다. 앞서 정부는 광주 붕괴 사고 이후 철거 공사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인구 50만명 이상의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센터 설치를 의무화했다. 해당 지자체는 총 40곳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인구 50만명 미만 세종시 제외)와 24개 기초단체다.

의무설치 대상 40곳 중 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절반 수준(1월6일 기준)에 불과했다. 전국 지자체별 운영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25곳의 지자체만 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광역시‧도 중에서는 부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에서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초단체 중에서는 경기 수원‧성남‧남양주‧안산‧평택시, 인천 남동구, 경북 포항시, 경남 창원시 등이 해당됐다. 이중에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지자체도 있었다.

센터를 설치하지 못한 지자체는 가장 큰 이유로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꼽았다. 지자체의 부족한 인력과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센터가 오히려 인력 문제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이들은 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건축사나 구조기술사 등 외부 전문가를 낮은 보수에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보여주기 식’ 행정을 하고 있는 지자체도 여럿 있었다. 법적 의무 기간인 만큼 안전센터를 설치하긴 했지만 정작 전문가는 채용 중이거나 없는 상황이 수두룩했다.

다수의 광역시‧도청 관계자는 “안전센터 운영을 하려면 건축사나 구조기술사 등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는 일은 많아지는데 연봉은 외부에서 일할 때보다 못 받게 된다. 해당 업무에 누가 지원을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담당자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저희는 현장점검을 매번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를 모셔야 한다”면서 “만에 하나 모집이 안 될 경우 건축협회 등과 협업해서 인원을 충원하는 방법을 고려중에는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노후 건물은 늘어나는데


관리‧감독의 허점에도 전국 곳곳에서는 오늘도 철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국에 언제 철거될지 알 수 없는 건물만 280만채에 달한다. 특히 30년 이상 노후화된 건물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 철거공사의 안전을 담보할 지자체의 관리‧감독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전국에 30년 이상 된 노후건물은 282만채(38.8%)로 집계됐다. 30년 이상 노후건물은 2018년말 267만채에서 2019년 273만채, 2020년 282만채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물이 노후되는 만큼 한 해 철거 등을 이유로 멸실되는 건물도 늘어나고 있다. 2018년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 3만채, 2019년 3만5000채, 2020년 3만8000채가 사라졌다. 

지자체의 관리‧감독 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철거 사고의 아픔을 겪은 유족들은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한다. 2019년 잠원동 사고로 세상을 떠난 예비 신부의 아버지는 학동에서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자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달했다. 잠원동 사고 이후 지자체에 더욱 강하게 개선을 요구했다면 학동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의 감독 책임을 더 엄격하게 물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손익찬(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준)) 변호사는 “해체 공사에서는 지자체의 감독이 매우 중요한 문제다. 공무원의 직무유기가 있을 경우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며 “공사 업체나 감리자를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는 명백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중대재해 처벌법에 공무원이 감독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작 이런 부분이 희석되고, 결국 빠진 채로 통과가 됐다. 공무원의 직무유기죄를 엄격히 관리하는 방향으로 입법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사업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과학기술대 정재욱 안전공학과 교수는 “지역건축안전센터의 경우 건설 공사의 안전성 등을 전문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했으나 지자체의 예산 능력이 부족하거나 전문가 확보가 여의치 않은 부분들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어느 하나만 해결해서는 (철거 공사)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 사업자와 정부, 행정기관이 모두 관심을 기울일 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계원, 안세진, 지영의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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