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난지원금으로 한부모 가정에 소고기 기부했습니다”

[인터뷰] “재난지원금으로 한부모 가정에 소고기 기부했습니다”
지난 15일 다음 카페 ‘챔피온쉽 매니저’에 올라온 게시글 속 사진.

[쿠키뉴스] 정윤영 인턴기자 =포털사이트에 정부 5차 재난지원금을 검색하면 나오는 글 중 한 게시물이 눈에 띈다. 한 온라인 카페에 지난 15일 올라온 ‘재난지원금으로 기부하고 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작성자는 “세 식구 75만원 나왔는데 그냥 쓰기도 그렇고…집 앞 정육점 총각 사장님께 부탁해서 소고기를 다섯 가구에 기부하고 왔습니다”라며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 글에는 “좋은 일 하셨네요”, “기부왕”, “진정한 플렉스”, “지원금 못 받는다고 욕했는데 반성하고 갑니다” 등 댓글이 달리고 있다. 

그는 왜 재난지원금을 기부했을까. 16일 글의 주인공을 찾아 전화 인터뷰를 했다.


기부자는 부산 북구 화명동에 사는 류동령(41)씨. 그는 재난지원금으로 한부모 가정 5세대에 75만원어치의 구이용과 불고기용 소고기를 선물했다. 그의 아내와 딸 앞으로 나온 재난지원금까지 모두 썼다. 5세 아이를 둔 한 수령 가정에는 사비로 산 옷도 선물했다.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재난지원금으로 한부모 가정에 소고기 기부했습니다”
류동령‧서경희 부부와 딸 서진양의 사진. 류씨 제공

류씨는 쿠키뉴스에 “추석을 맞아 이웃이 소고기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8년째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류씨. 그의 사업이 조금이나마 수월해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그는 이번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나온 돈이지 않나. 내가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게 류씨 설명이다. 

그는 부산 북구 화명3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이 필요한 세대를 문의했고, 생활이 어려운 한부모 가정 5세대를 소개받았다. 지난달에는 류씨의 딸 서진양의 생일에 맞춰 이들 가정에 보내 달라며 선풍기, 과일, 화장품세트, 마스크, 라면 등 맞춤형 물품을 센터에 기탁했다. 

류씨는 다른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 지난 7월, 그는 10년째 지원 중인 한부모 가정 여고생에게 인터넷 강의용 아이패드와 신발을 전달했다. 유기농 생리대 20박스까지 추가로 보냈다. 집 근처 보육원에도 지난 6월 중순 타월 100개와 양말 200켤레, 돼지고기 삼겹살 10 kg를 보냈다. 지난 1월에는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대상으로 라면 4000개와 햇반 1000개를 기부했다.

지속적인 류씨의 기부에 구청장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베푼 선행에 감사드린다”라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류씨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다른 이웃에게 전하고픈 말은 없을까.

“코로나19만 잘 견뎌내면 더 좋은 세상이 올 겁니다. 저 또한 사업이 안 풀려 어려웠지만, 장사가 잘돼 더 많은 기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전화위복이 있을 테니 모두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yunie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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