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대사업자제도, 적은 내부에 있다

임대사업자제도, 적은 내부에 있다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작년 6월부터 관할 구청에 계속 말했어요. 집주인이 임대료를 법적 상한선 이상으로 올려서 받는다고. 그런데도 구청은 ‘국토교통부에 문의해 놓은 상태다’, ‘임대사업자 소재지인 금천구청에 문의하라’는 식으로 서로 책임을 미뤘어요. 지켜지지 않는 법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세입자 A씨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날은 최초 신고를 한지 1년여 만에 해당 송파구청 주택과 직원들을 제대로 만난 날이다. 시민단체 측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자리마저도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A씨는 송파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거주하고 있었다. 해당 오피스텔은 총 5개동으로 이뤄졌으며 이중 A씨가 거주하는 1개동에만 1000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대규모 주거단지다. A씨의 임대사업자인 B씨는 법인 명의로 해당 단지에서 100가구 이상을 소유‧임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B씨는 A씨를 포함한 세입자들에게 재계약을 할 때 임대료를 3~6배 늘려 받았다. 현재 민간임대주택법상 B씨와 같이 100세대 이상을 소유한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증액비율은 (종전)계약서상 임대시작일이 속한 월의 소비자물가지수와 새 계약 체결일이 속한 월의 최신 소비자물가지수의 차이다. 

예컨대 A씨의 경우 1차 임대차계약 당시 해당 월의 소비자물가지수가 106.65%, 재계약을 체결한 월의 소비자물가지수가 107.96%라고 한다면 재계약 시점의 임대료 증액비율은 이 둘의 차이인 1.31%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A씨의 실제 증액비율은 5.35%에 이르렀다.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등록임대주택사업자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실에서 세입자 보호는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대사업자는 각종 세금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국회나 시민단체 측에서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나쁜 임대사업자 탓으로만 돌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법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책임 떠넘기기’식 행정 처분을 하고 있는 관할 지자체에게 그 책임이 더 클 수 있다.

각 지자체는 그 어느 기관보다 먼저 세입자들의 피해를 알게 된다. 지자체마다 임대주택과가 따로 존재하기도 한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임대사업자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각 광역‧기초지자체에 ‘등록임대 불법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인 만큼 세입자들의 피해를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민원이 들어오면 항상 ‘국토부 탓’을 한다. A씨는 임대사업자의 위법 내용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했지만, 1년 넘도록 이에 대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이들은 해당 사업자가 위법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국토부에 문의해봐야 안다며 수개월째 묵묵부답이다.

각 지자체들은 ‘인력부족’ 문제를 핑계 삼기도 했다. A씨는 이날 매번 신고 접수를 할 때마다 담당자가 바뀌어서 본인이 내용을 새로 설명해야 한다고 하소연하자, 구청 측은 통상 신입공무원은 힘든 부서 중 하나인 ‘민간임대사업부’에 배치되고 1년 정도만 있으면 부서 이전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힘든 건 다 똑같다. 어찌됐든 해당 부서 직원은 민원처리를 해야 한다. 담당자가 관련 규정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최소한의 법령에 대해서는 알아야만 한다. 해당 업무에 대한 경험 유무를 떠나 최소한의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이를 통해서 세입자에게 불이익이 안 가게끔 해야 하지 않을까. 별다른 소득 없이 구청을 떠나는 A씨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여러모로 적은 내부에 있다.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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