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화법

배우 윤여정.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연기뿐 아니라 말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서 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배우 윤여정의 이야기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에서 어린 손주를 돌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윤여정은 이 역할로 각종 해외 영화제 트로피를 휩쓸었다. 주목받은 것은 영화 속 연기만이 아니다. 작품 밖 윤여정의 말솜씨도 눈길을 끌었다. 경험이 묻어나는 통찰력에 유머를 곁들인 윤여정의 수상소감은 현지에서도 큰 화제였다. 

“고상한체 하는(snobbish) 영국인들이 주는 상이라 더 의미 있네요.”

윤여정의 화법에서 농담은 필수 요소다. 수상소감을 전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윤여정의 농담은 품격이 있다. 시의적절한 흐름에 위치해 큰 힘을 발휘한다. 타인을 힐난하거나 깎아내리는 불편한 웃음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2021년 영국 영화TV 예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고상한체 하는 영국인들이 주는 상이라 더 의미가 있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영국인들의 정곡을 찔렀다. 미국 아카데미 수상 당시에는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며 “미국이나 유럽권 사람들이 내 이름을 ‘여여’나 ‘정’으로 부르지만, 오늘만큼은 용서해주겠다”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독립영화 ‘미나리’ 힘들 걸 알아서 하지 않으려고 했죠.”

솔직함은 윤여정의 화법에 가장 큰 무기다. 윤여정은 ‘미나리’의 첫 영광이 시작된 선댄스 영화제에서 솔직한 입담을 자랑해 좌중을 사로잡았다. 선댄스영화제 무대인사에서  윤여정이 “오래 일한 배우로서 이 영화를 하기 싫었다. 독립영화라는 건 내가 고생을 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현장에 있던 관객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삶에 관한 조언 또한 경험에서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세가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 예능서 그가 남긴 말은 고백에 가깝다. 예능에서 젊은 출연자들과 스스럼 없이 소통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무지개도 일곱가지 색이 있습니다.”

윤여정의 화법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은 타당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 대신 어울림을, 혐오가 아닌 이해를 말한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 등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 무지개를 예로 들어 답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을 가르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구분하고 게이와 아닌 사람을 나누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지닌 평등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수상소감에서는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호명하며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연기했고, 각자의 영화에서 승리자”라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inout@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뉴스에서 많이 본 뉴스
주요기사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