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여성 고혈압, 더 무서운 이유는?

폐경 이후 여성 고혈압 급증...조절율 낮고 합병증 위험 높아

2020년 기준 성별 연령별 고혈압 진료 환자. 65세 이상부터 여성 진료 환자가 남성을 추월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료=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여성 고혈압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체 고혈압은 남성에서 많지만, 65세 이상부터는 여성 고혈압이 급격히 늘어나는데다 합병증 위험도 유독 높다는 것이다. 

4일 대한고혈압학회의 '2020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인구의 약 29%인 1200만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부전 등 합병증을 야기하는 만성질환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때 진단된다. 성별 유병률(2018년 기준)은 남성 28%, 여성은 18.6%로 남성 환자 비율이 대체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연령별로 살펴보면 65세 이후에는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높아지는 반전이 일어난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의 2020년 국내 고혈압 진료 환자 성·연령 데이터를 보면 60대 이전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지만 65세를 기점으로 남성 환자는 비교적 줄고, 여성 환자는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80대 이상에서는 여성 환자가 470만891명으로 남성(186만1507명) 대비 두 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의료현장에서는 여성 고혈압의 주요 원인으로 ‘폐경’을 꼽는다. 폐경 이전의 여성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혈관을 보호해 고혈압 위험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폐경기 이후에는 여성호르몬이 부족이 혈관내피세포기능 저하, 교감신경 활성화, 레닌 분비 및 안지오텐신 II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혈관 경직도가 높아지면서 고혈압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조은주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성은 월경, 임신, 폐경 등 전 생애에 걸쳐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자주 겪게 된다. 이러한 호르몬 변화가 조금씩 혈관을 딱딱하게 만드는 인자로 작용할 수 있는데 폐경 이후에는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던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면서 고혈압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또한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는 점도 고혈압 빈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경우 고혈압 치료의 순응도가 비교적 낮고, 남성에 비해 좌심실 비대,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비롯해 동맥경화, 당뇨, 만성콩팥병 등 합병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본인에 맞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명찬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65세 이상이 되면 여성에서 남성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높지만 조절률은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고혈압 조절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남성과 다르게 여성 고혈압 환자에서는 우울증세와 의료진과의 관계 설정이 고혈압치료의 순응도에 영향을 미친다. 심혈관계 약물 부작용도 여성이 남성보다 1.5~1.7배나 많이 발생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이런 모든 특이점에도 불구하고 고혈압 치료는 심혈관 질환 예방과 사망률 감소에 매우 중요하다”며 “여성 고혈압은 합병증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지만, 뚜렷한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평소 혈압을 자주 측정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만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은주 교수는 “고혈압의 50%는 가족력과 관계없이 발생한다. 덜 짜게 먹고 적절한 유산소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별히 폐경이 다가오고 있거나 폐경 이후 여성은 혈압 건강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청소년과 젊은 층에서도 ‘젊은 고혈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1년에 1번은 전 연령층이 혈압을 제대로 측정해볼 것을 권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고혈압학회는 5월을 '혈압 측정의 달'로 지정하고 혈압측정 캠페인(K-MMM)을 전개하고 있다. 고혈압이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진단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합병증과 사망을 크게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다. 

romeok@kukinews.com
Copyright @ KUKINEWS. All rights reserved.
쿠키뉴스에서 많이 본 뉴스
주요기사

쿠키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