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영리한 마이웨이 [쿡리뷰]

‘전지적 독자 시점’, 영리한 마이웨이 [쿡리뷰]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작의 높은 인기가 두려울 법도 하지만, 주춤한 느낌조차 없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방대한 서사를 매체 특성에 딱 맞게 재단했다. 그 시도가 과감하고, 그래서 시원하다. 원작에 편승하는 대신 또 다른 오리지널리티가 되기를 택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가 소설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판타지 액션 영화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이다. 그냥 인기가 아니다. 연재 이래 누적 조회수 2억 뷰 이상을 기록한 메가히트작이자 ‘슈퍼 IP’다. 게다가 장르는 판타지와 아포칼립스고, 캐릭터들은 저마다 서사가 있다. 물리적 제약이 없는 텍스트와 작화로는 문제 될 게 없지만, 영상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영화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이유다. 

우선 원작에 몰입했던 팬이라면, 원작의 큰 틀만 빌려온 별개의 작품으로 보기를 추천한다. 그러기엔 주요 캐릭터나 기본 설정을 대부분 가져왔지만, 김독자 모자 이야기 등 몇몇 서사는 다뤄지지 않았고, 이지혜(지수)의 무기를 포함한 몇몇 설정은 수정되기도 했다. 팬에게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소구 포인트다 보니, 당연히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작품에 없다고 해서 제작자가 중요도를 오판했다고 보는 것은 비약이다.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원작에서 누락됐거나 변경된 부분을 찾다 보면, 대놓고 떠먹여 주는 재미도 놓치게 된다. 이는 곧 놓치기엔 아까운 영화만의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쉽다. 원작 콘셉트를 알지 못해도 감상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극 초반 길지도 짧지도 않은 김독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세계관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인간에게 시나리오를 부여하는 도깨비의 존재도 자연스럽게 이해를 돕는다. 여기까지 왔다면 다음은 더 쉽다. 끝없이 튀어나오는 크리처들과 이에 대항하는 김독자 일행의 판타지 액션 시퀀스가 몰아친다. 관객은 이 속도감에 그저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작품 전체는 히어로 시리즈물의 프리퀄을 본 듯한 인상이다. 이러한 끝맺음 덕분에 원작의 모든 것을 담지 않아도 모양새가 엉성하지 않고, 오히려 속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더 풀어 나갔다면,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졌을 터다. 여러모로 영리한 전략이다.

출연진 중에서는 김독자 역을 맡은 안효섭, 정희원으로 분한 나나가 특히 눈에 띈다. 안효섭은 이 영화가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김독자가 코인으로 근력과 민첩력을 높여 점점 강해지는 것처럼,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이 작품에 올인한 모양새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존재감은 김독자마냥 뚜렷해진다. 나나는 ‘지금은 정희원이 주인공’이라는 김독자의 방백처럼 그 액션 신을 홀로 씹어 먹는다.

걱정됐던 CG 퀄리티는 RPG 게임 퀘스트처럼 시나리오를 클리어한다는 설정 덕분인지 몰입을 해치진 않는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 지수의 연기력이다. 배후성도 칼도 없는 이지혜라 가뜩이나 시선이 고울 수 없는데, 발성부터 ‘어스퀘이크’(earthquake·지진)급 충격이다. 곤충과 교감하는 이길영을 연기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아역 배우 권은성이 베테랑으로 보일 정도다.

오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쿠키영상 있음.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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