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업 성공한 ‘피터’ 정윤수 “KT에 온 건 행운” [쿠키인터뷰]

스텝업 성공한 ‘피터’ 정윤수 “KT에 온 건 행운” [쿠키인터뷰]

KT 서폿 ‘피터’ 정윤수 인터뷰
바둑 유망주에서 롤 프로게이머로
“롤드컵 출전, 첫 해외여행이었으면 좋겠어요”

‘피터’ 정윤수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KT 롤스터 사옥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 인터뷰 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건 기자

‘피터’ 정윤수의 올 시즌은 참 다사다난했다. 첫 대회였던 LCK컵에선 출전도 못했지만, 정규시즌 들어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나서자 부진을 거듭했고, 1라운드를 3승6패로 마무리했다. 다만 좌절하지 않은 정윤수는 2라운드 반등을 이뤄내며 KT 롤스터의 상승세 주역으로 우뚝 섰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KT 롤스터 사옥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정윤수는 “시즌 초반에는 ‘비디디’ 곽보성 형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습에서도 미드가 캐리픽을 들지 않으면 이기기 어려웠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2라운드 6연승을 달리면서 팀 전체가 기량과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미드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승리 플랜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정윤수는 곽보성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2022년 농심 레드포스 시절부터 보성이 형은 스크림에서 라인전을 거의 다 이겼다. 그땐 늘 ‘미드 맞춰주면 끝’이라고 했는데, 요즘엔 그런 콜이 없는 걸 보니 팀이 훨씬 건강해진 것 같다”며 웃었다.

가장 좋았던 순간을 묻자, ‘로드 투 MSI’ 2라운드에서 ‘친정’ 농심을 3-0으로 완파한 경기를 언급했다. 농심 유스 출신으로, 지난 시즌까지 농심에만 몸을 담은 정윤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KT로 전격 이적했다. 그는 “제가 뛰진 않았지만 LCK컵 당시 농심에 0-3으로 졌다. 패배를 복수한 것 같아서 기뻤다”고 말했다. MSI 진출 문턱에서 T1에 졌을 때가 가장 아쉽다던 정윤수는 “사실 1~2라운드가 전체적으로 힘들었다. 이기나 지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피터’ 정윤수가 12살 때 한국 바둑의 전설인 조훈현 9단에게 사인을 받고 있다. 정윤수 제공

정윤수는 “목표 의식이 많이 사라졌었다. 농심 때는 자신 있게 ‘롤드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말했는데, 최근에는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다”면서 “동기부여가 부족했던 시점에 KT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었다. 팬미팅에서 로드 투 MSI를 이긴 뒤 팬들이 환호하는 영상을 봤다.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정신이 확 들면서 ‘팬들을 위해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렸을 적 ‘바둑 신동’이었던 정윤수는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초등학생 때까지 바둑 학원에 다녔고, 중학생부터는 공짜로 다녔다. 워낙 실력이 출중해서 대회만 나가면 결승에는 올라갔다. 본능으로만 바둑을 뒀다. 체계적으로 배웠다면 더 잘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바둑으로 배운 평정심과 판읽기는 프로게이머 전향에 큰 도움을 줬다. 바둑을 그만 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롤을 시작한 정윤수는 단숨에 ‘그랜드 마스터’ 티어를 찍었다. 그는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도 집에 와서는 롤을 밤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수면장애가 왔다. 그때 프로게이머 길을 선택했다”고 돌아봤다.

정윤수는 수줍게 해외여행을 한 번도 안 가봤다고 말하며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으로 첫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프로게이머 시작할 때부터 가졌던 꿈이다. 올해가 롤드컵 진출에 가장 근접한 시즌”이라고 평가했다.

‘피터’ 정윤수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KT 롤스터 사옥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 인터뷰 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건 기자

바텀 파트너인 ‘덕담’ 서대길과 호흡에 대해서는 “‘손스타’ 손승익 코치님, 대길이 형과 하면서 라인전 실력이 늘었다. 디테일 잡을 수 있게 됐다”면서도 “아직 저점이 낮은 게 제 단점이다. 리스크를 짊어지면서 팀원을 편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게 안된다. 3~5라운드에는 수정해서 임할 것”이라 힘줘 말했다.

끝으로 정윤수는 “KT에 온 게 정말 행운이다. 경기장에서 KT 팬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하다. 남은 기간도 잘 준비해서 더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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