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날씨가 더워져서 긴팔을 안 입고 다니는데, 지하철 탈 때는 너무 추워서 꼭 하나 챙기게 돼요.”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한다는 대학생 김현지(24)씨는 최근 들어 지하철을 탈 때마다 ‘에어컨 공포’에 시달린다. 무더운 바깥 날씨와는 달리, 지하철 내부는 지나치게 강한 냉방으로 ‘냉동칸’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 온도는 다르지만, 김씨처럼 냉방 과다로 불편을 겪는 승객은 적지 않다.
반면 직장인 이희경(41)씨는 “원체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더운 날 전철 내부에서 에어컨이 잘 안 나오면 숨이 턱 막힐 정도”라며 “특히 노약자나 어르신들의 경우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냉난방 관련 불편은 지하철 이용자들의 주요 불만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접수된 서울 지하철 민원 중 약 75.5%가 냉난방 문제였다. 전체 민원 4건 중 3건 이상이 ‘덥다’ 혹은 ‘춥다’는 내용인 셈이다.
호선별로는 2호선에서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순환 노선인 2호선은 전체 노선 중 이용객 수가 가장 많고 혼잡도가 높아 냉방에 대한 승객의 체감 민감도가 특히 높은 편이다. 7호선(20.6%)과 5호선(12.6%)이 그 뒤를 이었다.

객실 내 냉난방 취급은 개별 온도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조절된다. 이때 열차 내 냉방 온도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일반칸은 24도, 약냉방칸은 25도로 설정한다.
문제는 냉난방 민원이 단순한 고충을 넘어 지하철 고객 응대 시스템 전반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민원이 집중되는 여름철에는 서울교통공사 공식 앱과 콜센터의 업무량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해 전체 응대 체계의 과부하 우려도 나온다.
특히 냉난방 관련 민원이 늘어날수록 고객센터 등에서 긴급 민원을 처리하는 데 지장이 있기 때문에 공사 측은 열차 이용 중 덥거나 추운 승객은 민원 시 ‘또타 지하철’ 앱 또는 공식 챗봇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냉난방 관련 민원이 예년보다 증가한 이유로 기후 변화와 체감 온도 편차, 승객 간 기대 차이를 꼽고 있다. 특히 지하철은 자동 온도 조절장치를 통해 평균 온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특정 시간대에는 혼잡도에 따라 온도 편차가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이같은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혼잡 시간대는 출퇴근 시간 등으로 정해져 있어 승객이 몰리는 시간에 냉방 장치를 최대 가동하고 있다”면서 “객실별 설치된 개별 온도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온도를 감지하고 자동 조절하는 시스템을 작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적 제약과 함께 승객마다 서로 다른 체감 온도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마다 체감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면서 “안내 방송이나 차량 간 냉방 편차 완화 등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속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사는 장기적으로 AI 기반 온도 제어 시스템도 검토하고 있지만 결국 온도 센서와 이용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관리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