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돼 이른바 ‘줍줍’. ‘로또’로 불린 무순위 청약제도가 개편됐다. 과거 누구나 신청 가능했던 무순위 청약은 현재 ‘무주택자’만 신청 가능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0일부터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무순위 청약은 합법적 청약 당첨자가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포기하거나, 청약 미달로 생긴 잔여 물량을 다시 공급하는 제도다.
당초 정부는 해당 지역에 사는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다가 미분양 우려가 커진 2023년 2월 거주지 요건을 없애고 유주택자의 청약도 허용했다. 그러나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로 인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일부 단지에서 수많은 수요가 몰리며 열풍이 불자 이를 제지하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해 7월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는 1가구 모집에 294만5000명이 몰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마비됐다. 해당 단지는 2017년 공급가로 공급돼 인근 시세 대비 약 10억원이 저렴해 많은 수요가 몰린 것이다.
지난 2월 세종 소담동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는 H3‧H4블록 무순위 청약 신청을 나눠서 진행했다. 당초 단지 구분없이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많은 수요가 몰릴 것이 예상돼 수요 분산을 위해 변경한 것이다. 해당 단지 역시 최대 4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돼 3가구 모집에 120만명이 신청했다.
청약홈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가 잇따르자 정부는 제도 개편에 나섰다. 기존 누구나 가능하던 신청은 무주택자로 신청을 자격을 제한한다. 거주지 요건은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권한을 가진 시장·군수·구청장 재량에 맡긴다. 미분양 우려가 있으면 거주지 요건을 없애 외지인 청약을 허용하고 과열 우려가 있으면 외지인 청약을 제한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서울 강동구에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온다면 강동구청장이 서울 거주자 또는 수도권 거주자만 신청하도록 제한할 수 있다. 반대로 청약 경쟁이 세지 않은 지방 아파트는 거주지 요건을 두지 않고 전국 단위로 신청받는 것이 가능하다.
제도 개편 후 서울에서는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첫 무순위 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지자체와 사업 주체가 무순위 청약을 언제 시행할지 등을 놓고 헙의 중이다. 이번에 무순위 청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은 전용면적 39·49·59·84㎡ 4가구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2023년 3월 청약 당시 전용면적 59㎡가 9억7940만∼10억6250만원, 84㎡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에 분양했다. 그러나 불과 2년3개월 만에 매매가격이 분양가보다 10억원 이상 뛰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84㎡는 2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는 개편된 제도가 과열된 청약 열기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다주택자와 외지인 수요를 차단하는 것은 무순위 청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약 400만가구가 거주하고 자가 점유율이 53.5%(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인 점을 감안하면 약 200만가구가 청약 대상”이라면서 “무순위 청약 규제 전이라면 전국에서 500만가구가 청약에 도전했다면, 규제 후에는 100만 정도가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탄역 롯데캐슬에 300만에 가까운 신청자가 몰린 것을 감안하면 규제 효과는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부적격 혹은 계약 취소 물량에 수백대 1의 경쟁률이 나오는 과열 양상을 보였는데 자격 제한으로 인해 무주택자에게 먼저 공급이 될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