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의 굴욕?…이재명 대통령, 당분간 ‘경찰 경호’ 유지

경호처의 굴욕?…이재명 대통령, 당분간 ‘경찰 경호’ 유지

통상 대통령 당선 시점부터 경찰→경호처 이관
이재명 의중 반영해 경찰 경호 전담…“계엄 사태 개입 가능성”
1963년 경호처 창설 전…경찰 경호받기도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 후에도 당분간 경찰 경호를 유지한다. 대통령경호처(이하 경호처)와 경찰이 합동으로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경찰의 경호를 받다가 취임과 동시에 경호 업무가 경호처로 완전히 이관된다. 이 과정에서 경찰 전담경호대는 해체되고, 경호처가 전담 경호를 맡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찰 전담경호대가 기존 경호 활동을 계속 유지하면서 경호처와 합동으로 경호 업무를 수행 중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위해 자택을 나설 때나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현장 등에서 경찰 경호 인력이 근접 경호를 맡는 모습이 포착됐다. 차량 이동시에는 기존대로 경호처가 주도하는 등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경찰이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맡았던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경호처(대통령경호실·경호처)가 창설된 196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1·2공화국 시절에는 경찰이 대통령 경호를 직접 맡았다. 1949년 2월 ‘경무대경찰서’가 창설돼 이승만 대통령 경호를 담당했다. 당시 경무대 경찰서장이 대통령 경호책임자로서 경호 업무를 총괄했다. 제2공화국 시절인 1960년대 초반에도 서울시경 소속 ‘청와대경찰관파견대’가 대통령 경호를 맡았다. 그러나 1963년 박정희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통령경호실법’이 제정되면서 독립된 정부기구인 대통령경호실(현 경호처)이 창설되어 대통령 근접 경호는 경호처가 전담하게 됐다.

이례적으로 경찰 경호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호처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경호처 수뇌부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인사에 대한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경찰 전담경호대를 유지하고 경호처는 2선으로 물러나 활동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경호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사건 등, 경호처가 특정 정치적 사안에서 중립성을 잃었다는 의구심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경호는 대선 후보 시절과 동일한 ‘을호’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국무총리·국회의장·대법원장 등 주요 인사에게 적용되는 단계로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최고 단계 경호(갑호)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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