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멈췄지만 협상은 교착…서울 버스 갈등 ‘장기화’

파업은 멈췄지만 협상은 교착…서울 버스 갈등 ‘장기화’

협상 결렬로 버스 정상운행…노사 갈등은 그대로
고용노동부 진정서 접수…파업 불씨는 남아 있어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버스공영차고지에서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예고했던 총파업을 전격 유보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노조는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 파업을 미루기로 했다. 협상 테이블은 계속 유지되지만 현실적으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시내버스 노사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2시쯤 서울 용산구의 노조 사무실에서 지부장 총회를 열고 총파업 여부를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투표 결과 재적인원 63명 가운데 49명이 파업 유보에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은 11명, 기권은 3명이었다. 이에 따라 이날 첫차부터 파업 예정이었던 시내버스는 정상 운행됐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버스조합은 노조의 파업 유보 결정을 존중하는 것과 함께 노조와 조속히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버스조합은 향후 노조와의 교섭에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다. 대법원이 이미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을 인정한 만큼, 노조는 이를 반영한 임금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인건비 급등을 우려하며 기존 임금체계의 전면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노사 양측 입장을 조율하며 막판까지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조는 6월3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해 새정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구상이다. 노조는 “새로운 중앙정부가 구성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명되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으로써 인정되는 체불임금이 신속히 확보될 것”이라며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문제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총파업 대신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아 지급하지 않았던 임금이 체불이라며 이를 지급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노사 갈등 봉합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마다 반복되는 임단협 갈등은 버스 운행의 공공성과 민간 운영의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지 오래됐다는 지적에서다.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된다. 민간 업체가 버스를 운행하고, 운영 적자는 서울시가 메꾼다. 이 같은 구조는 임금 문제나 경영 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노조는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정당한 보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사측은 재정 부담이 커져 더는 인상 여력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전문가는 이번 사태를 통해 서울 버스 운영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철 한국노동정책연구소 공공정책위원장은 “서울시 준공영제는 그간 노사 간 담합 구조 속에서 시 재정이 투입되며 이익이 편중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그 틀 자체가 존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정 부담을 줄이고 시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정 부담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사업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서울시가 일부 노선을 직접 운영하는 등의 방식을 병행함으로써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준공영제와 민영제, 보조금 방식이 병존하는 복합적인 운영 모델을 검토해볼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노동 전문가는 “서울시의 준공영제는 공공성과 효율성 사이 균형을 잡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노사 갈등이 매년 반복되는 건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자체의 설계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이나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중장기적 로드맵을 가지고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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