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20·30대 청년들이 처음 빚을 진 이유는 평범했다.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 10명 중 7명이 “생활비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28일 지난해 ‘청년재무길잡이’ 프로그램 이수자 13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회생 중도 탈락을 예방하고, 수입·지출 관리부터 변제 완주까지 돕는 상담 서비스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는 ‘부채 돌려막기’를 경험했다. 가장 많은 응답자가 떠안은 채무 규모는 4000만~6000만원(31%)이었다. 이어 6000만8000만원(22%), 4000만원 미만(19%) 순이었다.
채무 발생 사유는 생활비(70%) 외에도 주거비(29%), 과소비(27%), 가족 지원(17%), 사기 피해(15%)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상환 불능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는 ‘다른 부채 변제’(65%), ‘고금리 부담’(38%), ‘실직·이직에 따른 소득 공백’(31%)이 꼽혔다.
경제적 어려움은 정서적인 위기로도 이어졌다. 응답자의 93%는 최근 1년간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고, 34%는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 특히 63%는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사람이나 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빚이 고립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운영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서울영테크’다. 만 19~39세 청년이면 누구나 무료로 재무상담과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상담을 진행하며, 소득·지출·부채 현황을 진단해 맞춤형 재무설계를 제공한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 제도로는 ‘희망두배 청년통장’이 있다. 월 15만원씩 3년간 저축하면 동일한 금액을 서울시와 민간이 매칭해 주고, 이자도 별도로 지급된다. 3년간 저축 시 본인 저축 540만원에 동일한 지원금과 이자가 더해져 최대 1080만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다. 서울 거주자이자 소득 조건을 충족하면 신청 가능하며, 올해부터는 온라인 접수로 절차도 간소화됐다.
정서적 지원도 병행된다.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은 단순 상담을 넘어 청년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 모습을 설정하고, 그에 맞춘 실천 계획을 함께 수립한다. 정서, 재정, 사회관계 등 9개 영역 중 선택할 수 있고, 시는 올해부터 객관적·주관적 효과성을 함께 평가할 방침이다.
정은정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개인회생 청년들은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부채 문제 해결뿐 아니라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금융복지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