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본사앞 집회 예고한 화섬노조…“안전관리비 1000억은 어디로”

SPC 본사앞 집회 예고한 화섬노조…“안전관리비 1000억은 어디로”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서 50대 여성 근로자 사망
2022년부터 사망사고 3회…손가락 골절·절단도 3회
정치권·노동권 잇단 SPC 사고 질타…SPC “후속조치 최선 다할 것”

SPC 사고 발생 기계. 시흥소방서 제공

시흥 소재 SPC 계열사 공장에서 또 다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노동·정치권 등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19일 서울 서초구 SPC본사 앞 옥외집회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했다. 화섬노조 관계자는 “던킨도너츠·평택SPL지회 등과 함께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섬노조는 집회를 통해 사망 근로자에 대한 추모, 재발방지 대책과 대국민 사과에도 연이어 발생하는 SPC 계열사 사망사고를 규탄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기로 했다. 특히 추모와 함께 지난 2022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안전관리를 위해 약속한 ‘1000억원 투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등도 상세히 요구할 계획이다. 화섬노조 관계자는 “추모와 연이은 사망사고 규탄, 재발방지를 위한 사용처 확인 등을 취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을 담당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대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잇단 사고에 SPC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이날 개인 SNS를 통해 “오늘 새벽 시흥시 소재 SPC삼립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윤활유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며 “SPC에서 일어난 산재 사건만 지난 4년간 572건에 달한다고 한다”며 “몇 명이나 더 죽어야, 얼마나 유가족이 많아져야 저 죽음의 공장이 바뀌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봐주면 안 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사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하기 바란다”며 “사업주 책임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이어지는 사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전 두 사고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주야간 맞교대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컨베이어 벨트 윤활 작업 중 발생한 끼임 사고였던 것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2조는 정비 작업 시 기계의 작동을 반드시 중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가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난 점을 보면 해당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경찰은 공장이 이른바 ‘풀가동’ 할 때는 컨베이어 벨트가 삐걱대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는 근로자 진술 등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숨졌다. A씨는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SPC삼립은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당사 공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직후부터 공장 가동을 즉각 중단했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직원들의 심리 안정을 위해서도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사는 현재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SPC 계열사 공장 사고발생 타임라인. 한지영 그래픽디자이너

문제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대국민 사과와 안전관리를 약속했음에도 이 같은 일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SPC 계열사의 이 같은 사고는 5번이나 더 있었다. 오늘 사고를 포함해 사망 사고는 3번, 손가락 절단·골절 사고가 3번이다. 

지난 2022년 10월15일 SPC그룹 계열사인 경기 평택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는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피해자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같은달 21일 허 회장은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산업안전보건 진단 시행 및 계열사 전 사업장의 안전을 관리감독하고 책임지는 ‘SPC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

그러나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현장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과 직후인 2022년 10월23일 경기 성남 소재 SPC그룹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는 근로자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이듬해인 2023년 7월12일 같은 공장에서 손가락이 끼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급기야 다음 달인 8월8일에는 또 다시 50대 여성 근로자가 해당 공장에서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이후에도 허 회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만 해도 이날 사망 사고를 포함해 두 번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22일 평택 공장에서는 근로자의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편, SPC 관계자는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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