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라셈, 트라이아웃서 V리그 도전장…“성장했다고 자부한다”

레베카 라셈, 트라이아웃서 V리그 도전장…“성장했다고 자부한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레베카 라셈(미국). KOVO 제공

6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무스타파 오젤 체육관. 2025~2026시즌을 함께할 외국인 선수 ‘옥석’을 가리기 위한 구단 관계자들의 시선들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V-리그를 다시 노크하는 익숙한 얼굴도 몇몇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03승을 거둔 레전드 좌완투수 랜디 존슨의 딸로 2023~2024시즌 흥국생명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활약한 윌로우 존슨(미국)과 IBK기업은행에서 뛴 달리 산타나(푸에르토리코) 등이 V-리그 재진출을 노린다. 

2021~2022시즌 기업은행에 지명돼 V-리그에 데뷔했던 한국계 미국인 레베카 라셈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라셈은 할머니가 한국인 미국 이민자 1세대로 V-리그에서 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다. 

트라이아웃 일정의 첫날 메디컬 체크와 체력 테스트를 받은 라셈은 한국 취재진의 여전한 관심에 쑥쓰러워하면서도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밝게 인사했다. 라셈은 “(내가 도전했던)드래프트는 비대면 행사로 열였는데, 이번에 트라이아웃 현장에 참가할 기회를 받아 기쁘다”며 “V-리그를 떠난 이후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지난 몇 시즌 스스로를 푸시하며 성장했다고 자부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라셈은 V-리그에서 재계약에 실패한 뒤 그리스,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뛰며 경험을 더했다. 푸에르토리코 여자배구(LVSF)에서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다. 라셈은 “다시 V-리그에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주득점원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했다. 푸에르토리그에서 자신감을 키웠고, 성공적인 시즌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트라이아웃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였다. 그저 코트에서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고, 부정적인 생각과 싸웠다”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지금은 다르다. 경쟁심이 커졌고, 내가 득점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내 안의 불씨가 살아났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작은 촛불이 큰 불이 돼 돌아왔다”며 높아진 자신감을 열정적으로 어필했다. 

그러나 라셈이 V-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경쟁을 뚫어야 한다. 일찌감치 GS칼텍스와 재계약한 지젤 실바를 비롯해 세 팀 정도는 지난 시즌 뛴 선수 가운데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라셈은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의 수준이 높다. 하지만 나도 경험이 쌓인 만큼 긴장감이 높은 트라이아웃 무대에서 내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재차 다짐했다.

라셈은 V-리그에 대한 특별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라셈이 V-리그 재도전에 욕심을 내는 이유다. “한국이 그립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한 라셈은 “V-리그를 떠난 뒤에도 V리그를 챙겨 봤다. (GS칼텍스)실바나 (흥국생명)김연경이 뛰는 경기를 많이 봤다. 경기를 보고나면 한국 생각이 많이 나서 힘들긴 하다”고 털어놨다.

라셈은 이어 “한국에 와서 환영받고 사랑으로 대해주는 팬들을 만나며 어느 나라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팬들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한국팬들이 배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선수들에게 사랑을 주는 문화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기에 꼭 돌아오고 싶었다. 문화, 음식 등 경험도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여행으로라도 한국을 가고 싶었는데 배구 시즌을 소화하면서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꼭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트라이아웃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다시 강조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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