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는 박물관처럼, 골목은 무대처럼”…정문헌 종로구청장, 문화도시 구상 본격화 [쿠키 인터뷰]

“청사는 박물관처럼, 골목은 무대처럼”…정문헌 종로구청장, 문화도시 구상 본격화 [쿠키 인터뷰]

신청사에 문학관·서예관…주민 위한 ‘문화 플랫폼’ 조성
3곳 공영주차장 신규 개장…종로 생활 인프라 확충 본격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본청에서 만난 정문헌 종로구청장. 곽경근 대기자

“관광객 많이 오는 걸 목표로 삼고 있진 않아요. 문화도시가 되면 관광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본청에서 만난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종로의 정체성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궁궐과 문화재가 몰린 지역이기에 자연스레 관광객의 발길은 이어지겠지만, 정 구청장이 그리고 있는 종로의 미래는 관광지보다는 “정주민이 쾌적하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도시”다.

정 구청장의 구상은 신청사 건립 계획에서도 드러난다. 신청사는 과거 정도전 집터이자 조선시대 사복시 터 위에 들어서는 역사적인 부지다. 그는 기존 설계에 큰 변화를 주진 않았지만, 7층 강당을 공연장으로, 수장고는 유리벽으로 개방된 전시 공간으로 바꾸었다. “박물관 같은 청사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신청사 곳곳에 문화적 숨결을 불어 넣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러한 구상은 단순한 상징성에 그치지 않는다. 정 구청장은 “비상계단을 오픈하고, 공연장도 본격적인 수준으로 바꾸면서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신청사에 들어설 문학관, 음악당, 서예관 등도 모두 주민 접근성과 활용성을 고려한 결과다. “그냥 청사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위한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길 바란다”는 것이 정 구청장의 의도다.

도시 인프라 개선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북촌로와 부암동 일대에는 지하주차장과 주민복합시설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이 일대는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지역으로,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숙원 과제로 꼽혀왔다. 다음 달 9일 운영을 시작하는 삼청제1공영주차장을 시작으로, 옥인동·창신소담 공영주차장까지 총 3곳의 신규 공영주차장이 문을 연다. 이를 통해 444면의 주차 공간이 확대된다.

정 구청장은 “단순히 주차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병원이나 약국 같은 생활 편의시설도 함께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차장 부지만 확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복합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예전에는 큰길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는 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접근성이 곧 생활의 질”이라며, 도보 이동 중심이었던 종로의 골목길 구조에 실질적인 접근 동선을 더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종로구 제공

종로의 길과 흐름을 정돈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정 구청장은 안국역에서 낙원아파트를 잇는 “문화축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하에는 공연장과 생활밀착형 시설을, 지상에는 보행 중심의 관광·문화 동선을 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교통정책에서도 그의 시선은 주민의 삶에 닿아 있다. 최근 종로구는 39세 이하 청년과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버스 요금 지원 정책을 시작했다. 정 구청장은 이 정책을 복지가 아닌 ‘공공재 확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안에서 직장을 구하고 활동하려면 이동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교통은 공공재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건 복지 정책이 아니라, 시민이 도시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기반 시설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도시 공간을 단순히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정 구청장은 “외국 관광객을 위한 게 아니라,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가 삶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종로를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대학로 일대에 뮤지컬 전용 극장 유치도 추진 중이다. 중소형 극장이 많은 현 구조에서 벗어나 1000석 이상의 전용 공연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정 구청장은 “종로를 맨해튼이나 런던 웨스트엔드처럼 만들 수 있다”며 종로의 문화도시로서의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그는 종로 문화 인프라가 이미 상당 수준이라며 “주민이 즐기고, 예술인들이 안착할 수 있는 문화 기반을 만들기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고, 지역에 애정을 갖게 되는 도시야말로 진짜 문화도시”라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문화도시는 단지 ‘문화가 있는 도시’가 아니다. 주민이 그 문화를 일상처럼 누리고, 지역에 애정을 갖게 되는 도시다. 끝으로 정 구청장은 “우리는 되레 우리 주민들이 물어보고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여주기보단, 살기 좋은 종로. 정 구청장의 말에서 종로의 새로운 방향이 읽힌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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