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 방화 사건의 원인이 층간소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5대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에 지난 21일 한 남성이 불을 질렀다. 이 남성은 화재 사건으로 사망했다. 그는 불이 난 장소 바로 아래층인 3층에 거주한 적이 있는 인물로, 윗집과 층간소음 문제로 쌍방폭행 전력 등 갈등 관계에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는 우성건설이 건설했으며 2000년 입주를 시작했다. 해당 아파트는 정부가 층간소음 방지 기준을 도입하기 전에 지어졌다.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자 정부는 2005년부터 지어지는 아파트 바닥구조 기준을 벽식 210㎜, 무량판 180㎜, 기둥식 150㎜ 이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강력 범죄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상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시작된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가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5년 사이 10배 늘었다. 온라인상에서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편법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스피커를 구매해 노래를 크게 틀어 윗집에 복수하기, 고무망치로 천장 두드리기 등이다.
정부도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국토부는 지난 2023년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신축 공동주택은 소음 기준(49dMB) 미달 시 준공 승인이 불허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준 미달 시 사업 주체의 보완시공을 의무화하고,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재수검 의무를 부여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기준 미달 시 건설사에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권고에 그쳐 보완시공을 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없었다. 다만 해당 대책은 법적 근거를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반쪽자리 대책에 그쳤다.
구축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리모델링 사업도 성과가 저조했다.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층간소음이 저감되는 고성능 바닥구조(1‧2급)를 사용하면 조합에 리모델링 비용 일부를 융자해 주는 사업이다. 전용면적 85㎡(약 25평) 기준 가구당 최대 400만원을 연 4%의 금리에 빌려주는 식이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40억원과 1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나 실적이 없어 올해 폐지됐다.
상황이 이러자 층간소음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실련은 신축 아파트가 층간소음 기준을 초과할 경우 준공을 불허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 관리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윤은주 경실련 부장은 “준공 시 현장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층간소음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며 “당장 전수조사가 어려운 경우 최소 20%라도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