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습니다. 서울에서 집을 사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는 기대는 하기 어려웠어요.”
서울에서 IT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는 김두형(30·남)씨는 “회사 자산 관리법은 알았어도, 개인 자산 관리법은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창업 후 한동안 개인 자산 현금 흐름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자산 관리 앱 등을 이용하고 있었으나, 새어나가는 돈의 행방은 파악하기 어려웠다.
지출의 50%를 줄이고, 소득을 20% 올렸다. 소득이 불안정했던 김씨는 ‘서울 영테크 사업’을 통해 3년 만에 이같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회초년생이나 청년들은 ‘자산 관리’ 방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다. 서울시는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해 맞춤형 재무 상담과 금융 교육을 제공하는 ‘서울 영테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13일 서울 용산구 서울광역청년센터에서 ‘서울 영테크 성과간담회’가 열렸다. 시는 지난 2021년부터 서울에 거주하는 19~39세 청년들에게 올바른 재테크 지식을 전달하고 실질적인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했다. 시가 영테크를 통해 2년 이상 재무 상담을 받은 청년 1106명을 대상으로 사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첫 상담 시점과 비교해 저축·투자 24%, 총자산 39.1%, 순자산 4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증식 효과뿐만 아니라 실제 참여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았다. 지난 3년간 영테크 사업에 참여한 청년 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재무 상담은 5점 만점에 4.9점, 금융 교육은 4.7점을 기록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참석한 박수연 재무상담사는 “청각장애가 있던 한 청년이 지난 2023년 상담을 받은 뒤 저축률이 22% 증가했다”며 “자립준비청년이나 장애 청년에게도 홍보와 마케팅이 더 잘 돼서 많은 청년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는 기존 1만명이었던 지원 규모를 2만명으로 늘렸다. 재무설계와 투자, 부동산 등 인기가 많은 9개 과목은 실시간 온라인 강의도 신설했다. KB금융공익재단,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신한은행, 신한카드, 금융감독원, 청년동행센터, 서민금융진흥원과 연계해 교육과 상담도 한다.
이날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비와 지출에 많이 경도되어 있던 것이 투자나 재테크 중심으로 바뀌었고 2년 이상 재무 상담을 받은 청년을 분석해 보니 평균 순자산이 45% 늘었다”며 “교육의 실효성이 입증됐으니 이제 중앙정부와 다른 지자체도 이 모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업 확대 계획도 밝혔다. 오 시장은 “젊은 친구들이 위험 자산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을 알고 우려했다. 영테크 사업 성과를 보고 ‘교육의 효과가 이렇게 클 수 있구나’ 놀랐다”며 “청년들이 자산 형성은 영테크를 통해, 일자리 창출·경제 발전은 재정 투자와 세금·노동 개혁 등 정부 정책을 통해 안팎으로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규제 개혁, 미래 먹거리 투자 등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