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한국이 본격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올해 서울 내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17%다. 10명 중 2명은 65세 이상의 서울 시민이라는 얘기다. 노인 인구 비율이 늘어나는 만큼 지하철 운영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 개선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5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주최로 ‘서울시 도시철도 노인무임승차 현황 및 개선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노인 무임승차제’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지하철과 일부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이다. 1984년부터 서울 지하철 1~4호선에서 100% 할인이 시행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무임승차 제도가 시행된 40년 동안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6배 넘게 늘었다.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부담도 이와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누적 손실액은 약 1조529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복지와 이동권을 존중하는 동시에 서울시 교통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날 윤영희 서울시의원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와 관련해 서울 시민 10명 중 6명이 현재 65세인 연령 상향에 찬성했으며, 적정 연령으로 70세를 꼽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무임승차 제도 연령 상향에 대해 ‘찬성’이 64%, ‘모르겠다’ 19%, ‘반대’ 17%였다. 연령 상향에 찬성한 응답자 중 무임승차제도의 적정 연령에 대해서는 70세가 76%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들은 연령 상향 찬성 이유로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39%), 사회적 인식 변화(37%), 지하철 없는 도시 노인과의 차별 발생(24%) 등을 꼽았다.
윤 의원은 무임승차 개선 방안으로 △연령 기준의 재검토 △이용조건 조정 및 현실화 △형평성 문제 해결 방안 마련 △비용 분담 정책의 단계적 도입 △정책 변경 시 충분한 홍보 및 인식 개선 등을 제안했다. 윤 의원은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지하철 적자에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있지만, 시민분들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이동권 보장과 노인복지 문제를 고려해 다양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제도를 ‘노인 복지’ 차원으로 확대해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두희 한성대 교수는 “교통 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가 대표적으로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등이 있다”며 “노인과 취약계층에는 복지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므로 결이 다르다”고 입을 열었다. 남 교수는 “연령 문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과 소득이 없는 어르신분들에게 줄 수 있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기후동행카드를 동행카드로 개편해 하나의 제도로 발전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노인 무임승차 제도‧지하철 운영 적자 문제 해결 방법을 둘러싼 노인 측과 담당 기관의 미묘한 입장차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세규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사무처장은 “지하철 적자의 원인은 노인의 무임승차가 아니라 낮은 요금”라며 “지하철 적자를 노인 탓으로 돌리니 공공의 적이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임 사무처장은 “대전시가 70세 이상 노인에 대해 버스 무임승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서울시도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까지 무임승차를 확대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서울시 측은 지하철 적자로 인한 기본적 수입조차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서울시 교통실 도시철도과장은 “서울지하철의 연간 운영 비용은 2조9000억 원에 달하지만, 수입은 약 1조9000억 원 수준”이라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인 무임승차뿐만 아니라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적자의 원인”이라며 “노인 무임승차가 노인복지법에 근거하고 국민으로서는 누구나 가져야 하는 이동권에서 비롯되는 만큼 입법과정을 통해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