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논란 중 하나인 ‘체포조 명단 메모’의 실물을 가지고 헌법재판소 증인으로 참석했다. 홍 전 차장은 명단 속 인물을 체포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고자 메모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20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열었다. 이날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차장은 “문서나 메모는 중요도와 필요에서 만드는데, 방첩사에서 비상계엄 기간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고 했나 궁금증이 있었다”며 “당장은 모르겠지만 명단에 대해 관심 가져야겠단 생각을 했다. 이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만들어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윤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청에 따라 증인으로 재출석하게 됐다.
그는 앞선 증언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고 밝혔다. 홍 차장은 지난 5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의 주장을 종합하면, 그가 작성한 메모는 4가지 종류가 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작성한 포스트잇 1차 메모 △보좌관을 시켜 정서(正書)한 2차 메모 △보좌관이 다음 날 기억에 따라 다시 작성한 3차 메모 △가필한 4차 메모 등이다.
2차 메모 후 1차 메모는 폐기했고, 또 2차 메모 역시 3차 메모 후 폐기했다고 홍 전 차장은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10차 변론기일에서 3차 메모를 작성하게 된 시점과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보좌관에게 “‘(너) 똑똑한데 한번 적어보라’고 했다”며 “보좌관하고는 이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기에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2차 메모를 보지 말고 기억에 의존해 복기하라고 지시했고, 이렇게 3차 메모가 작성된 이후 2차 메모는 불필요한 내용이 많아 폐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메모한 장소가 달라진 것을 문제 삼으며 홍 차장의 ‘진술 신빙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여 전 사령관과 통화를 하고 메모를 적은 위치가 정확히 어디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은 “관저 앞 공관 공터라 생각했는데 기억을 고증해보니 여 전 사령관이 처음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한 건 공관 앞 공터로 밤 10시58분이다. 받아 적은 건 사무실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이 “그 당시 진술이 정확하겠느냐, 아님 두 달 지난 시점에서 기억이 정확하겠냐”고 지적하자 홍 전 차장은 “저도 CCTV를 확인했는데, 그게 정확하다고 해도 저는 나름대로 몇 가지의 의문이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