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 첫 정식 보고서 발표…“활주로 2km 앞두고 블랙박스 정지”

제주항공 사고 첫 정식 보고서 발표…“활주로 2km 앞두고 블랙박스 정지”

사고 발생 30일 만에 예비보고서 공개
엔진서 가창오리 깃털과 혈흔 발견
유가족 “조사 시작 단계…철저한 조사 요구”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사고기 블랙박스 기록 중단 당시 기체 추정 위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제공

지난해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의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 기록이 공항 활주로를 2㎞ 앞둔 상태에서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27일 사고 개요 등을 포함한 A4용지 5장 분량의 예비보고서를 발간했다. 무안국제항공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30여일 만이다. 이번 보고서는 사고 이후 항철위가 처음으로 공표한 정식 조사 보고서다.

보고서에서는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기록이 한꺼번에 멈췄을 때의 대략적인 운항 위치가 공개됐다. 블랙박스 기록은 사고기가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하기 4분7초 전인 지난달 29일 오전 8시58분 50초부터 남아 있지 않다.

항철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사고기는 원래 착륙하려던 방향인 01활주로의 시작점(활주로 최남단)에서 남쪽으로 약 1.1NM(해리) 떨어진 바다 위를 비행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터로 환산하면 약 2037m다.

착륙이 임박했던 만큼 속도는 161노트(시속 298㎞), 고도는 498피트(약 151m)로 낮아진 상태였다. 이때 양쪽 엔진에 대표적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가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항철위 조사 결과 두 엔진 모두에서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다만 정확한 조류 충돌 시점이나 충돌한 조류 개체 수, 다른 조류가 포함됐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사고기 조종사는 블랙박스 기록 정지 시점으로부터 6초 뒤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비상 선언)를 보내는 동시에 고도를 높이는 복행을 했다. 이후 활주로 왼쪽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오른쪽으로 선회한 뒤 당초 내리려던 활주로 반대 방향인 19활주로에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했다.

추후 조사를 통해 조류 충돌이 블랙박스를 비롯한 항공기 장치 기능 이상에 미친 영향과 함께 복행 및 착륙 활주로 변경의 배경 등이 드러날 전망이다.

항철위 관계자는 “예비보고서에 수록된 정보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최종 보고서에는 수정된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항공 유가족들은 이번 예비보고서와 관련해 항철위에 원인 규명을 위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한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협의회 대표는 “사고 조사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어떠한 것도 추측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항철위에 철저한 사고 조사를 요구하거나 결과가 제대로 나오는지 주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쿠키뉴스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