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정한 임시공휴일이 되려 소상공인에게는 손해로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매출 타격을 입게 된 자영업자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앞서 정부는 1월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3일의 아쉬운 연휴는 최대 9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권한대행은 “다가오는 설 명절을 민생경제 회복의 확실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며 임시공휴일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주로 직장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오피스 상권은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22일 찾은 서울 가산동 디지털산업단지 부근 식당가는 연휴 특수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오피스 지역 식당가는 직장인들이 쉬는 휴일이 곧장 매출 공백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전혜진(33·여)씨는 27일 매출에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전씨는 “여기가 오피스 상권이다 보니 갑작스레 휴무가 생기면 손실이 크다. 홀 매출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긴 연휴에 사람이 붐빌 것으로 예상했던 수도권 인근 캠핑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기 시흥시에서 캠핑장을 운영하는 이정호(44·남)씨는 생각보다 저조한 예약률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연휴가 길어지면 관광지를 가지 굳이 수도권 근처 캠핑장으로 오지 않는다. 임시 공휴일 지정 전에는 연휴가 3일이라 예약이 늘 거라고 생각했다. 연휴가 길어졌으니 다른 곳으로 많이 빠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10개월 전 서울 가산동에 카페를 연 백일승(37·남)씨는 임시공휴일 영업을 포기했다. 임시공휴일에 추가로 지급해야 할 휴일근로수당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공휴일에 파트타이머를 고용하려면 기본 임금의 1.5배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 백씨는 “대형 상권은 장사가 잘돼서 파트타이머에게 휴일수당을 주더라도 이익이 남는다. 그런데 오피스 상권은 휴일수당까지 주면 남는 게 없다. 임시공휴일에는 문을 닫으려고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임시공휴일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분명 존재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6년 5월 지정한 임시공휴일로 인해 백화점·면세점 매출액 등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민간연구원인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8월 임시공휴일이 생산유발액 4조2000억, 부가가치유발액 1조6300억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이번 임시공휴일은 상황이 다르다. 비상계엄에 탄핵까지 이어진 불안정한 정치 환경으로 소비심리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더욱이 길어진 설 연휴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도 크게 증가한 상태다. 이처럼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성급하게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 진작 및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실질적 추가 조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25년 설 명절 대책’에는 39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 공급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이 담겼다. 하지만 매년 내놓는 단골 정책의 연장선이라 불황을 타개할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임시공휴일 지정이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날짜 지정 이외에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며 “차후 임시공휴일 지정 시 소비 촉진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길어진 연휴에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