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오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기로 하면서 재판관 구성과 성향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헌재는 정원 9명 중 3명이 공석인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재판관 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이달 내 헌법재판관 3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판관 공백 사태가 이달 내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청문회를 오는 23일과 24일 실시하고, 27일 본회의를 열어 추천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인 반면,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며 인사청문회 불참을 통보했다.
헌법 제111조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몫, 국회 몫, 대법원장 몫이 각각 3명으로, 이를 대통령이 임명한다. 심판 정족수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에 의거,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결정, 정당해산의 결정 등 주요 심판은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심의하며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현재 헌재는 지난 10월17일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못해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법령에 따라 원칙적으로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이 필요하지만, 앞서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 효력이 임시 정지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6인 체제로 헌재 심리가 모두 진행되고 있다.
추가 임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6인 만장일치’가 나와야만 탄핵 심판이 인용된다. 탄핵 반대가 당론인 국민의힘으로선 재판관 6인 체제가 유리한 상황이다. 만약 3인이 추가로 임명되면 9인 중 6명 찬성만으로도 인용된다. 그러나 6인 체제에서 찬반이 5대 1이나 4대 2, 3대 3으로 나뉘는 경우에는 뒤이어 선임되는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탄핵 여부가 바뀔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빨리 ‘9인 체제’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내년 4월18일 종료돼 탄핵심판 과정 중 헌법 재판관 구성이 달라질 예정이다.
헌재 역시 재판관 임명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김형두 재판관은 지난 16일 “12월 안에는 9인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당장의 6인 체제로도 심리와 변론이 모두 가능하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다만 재판관 임명이 계속 지연될 경우 6인 체제에서 최종 선고를 내릴 가능성에 대해선 논의 중이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전날 “(재판관 6인으로) 결정이 가능한지 여부는 재판부에서 논의 중으로 안다”고 말했다.
헌재는 또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불가능’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 2017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사례를 들며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017년 3월 황 권한대행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탄핵심판에 대한 관심은 재판관 성향으로도 쏠린다. 헌법재판관 6인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62·사법연수원 17기) 재판관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헌재재판관 6인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김복형·김형두·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 후보자 중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은 진보, 조한창 변호사는 보수로 분류된다. 연내 후보자 임명이 완료되면 헌재는 진보 4, 중도·보수 5로 재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