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루머 홍역 치른 롯데그룹…해명 공시 성급 지적도

유동성 위기 루머 홍역 치른 롯데그룹…해명 공시 성급 지적도

‘제2 대우그룹‘으로 롯데 공중분해 위기설 확산
루머 이후 롯데 주가 곤두박질…줄줄이 급락
롯데그룹 “루머 생성·유포자 대상 법적 조치”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그룹

최근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속칭 ‘지라시(소문을 적은 글)’가 돌면서 롯데그룹이 몸살을 앓고 있다.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해명공시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제2의 대우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2021년에 이어 다시 한번 지라시에 흔들린 롯데가 다시금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롯데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되고 있다는 지라시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해당 글에는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됐고, 금융당국이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차입금 대비 당기순이익이 현저히 낮고, 이로 인해 그룹 전체가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포함됐다. 롯데그룹 차입금이 39조원으로 재계 4위인 반면 올해 당기순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재계 17위 수준에 그쳐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라시는 증권 시장에도 큰 충격을 안기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18일 기준 롯데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6.59%(1450원) 내린 2만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 주요 계열사로 보면 롯데케미칼은 10.22%(7500원) 빠진 6만5900원, 롯데쇼핑은 6.6%(4100원) 하락한 5만8000원에 거래됐다.

롯데 측의 “사실무근” 공시에도 주가 낙폭은 쉽사리 회복되지 못했다. 해명 공시가 나온 이후에도 일부 회사 주가는 더 떨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롯데가 해명공시를 성급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롯데그룹이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나 사측의 과민 반응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즉각 공시해야 했다면 단기 부채가 얼마이고,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4개월 전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더 적합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롯데는 지난 8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롯데 유통 부문의 실적을 보면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0조5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고 순이익은 22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커머스 부문인 롯데온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8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롯데의 차입금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3곳의 연결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35조201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1조8923억원 불어난 규모다. 

이에 롯데그룹 측은 “업황 부진을 겪는 롯데케미칼과 면세점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일부 계열사에서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루머 생성·유포자에 대한 특정 및 적용 가능한 혐의 등 법적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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