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상설특검’엔 대통령 거부권을 못 쓴다? 기존 특검법과 차이는 [쿡룰]

‘김건희 상설특검’엔 대통령 거부권을 못 쓴다? 기존 특검법과 차이는 [쿡룰]

상설특검법, 2014년 공포된 법률…대통령 거부권 행사 불가
기존 특검 ‘커스텀’ 가능…상설특검은 기간 짧고 수사 인력도 부족
특검후보추천방식도 정부·여권 추천권 과반 넘어 활용도↓

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1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야4당 김건희·50억클럽 특검거부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상설특검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이에 대한 우회 전략으로 상설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요. 상설특검이 무엇이길래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한 걸까요? 

상설특검이란 국회가 특정 사안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에 대해 별도 입법 없이 특별 검사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한 법률입니다. 정식 명칭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로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 제정됐습니다. 

대통령 거부권은 새로운 법을 만들기 위해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에 대해 이의가 있을 경우 재의를 요구하는 것인데, 상설특검은 이미 공포된 법이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동시에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자력으로 상설특검을 가동할 수 있어 거부권 돌파구로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상설특검은 입법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일반 특검법과 약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수사가 필요한 특정 사안의 특성에 맞춰 소위 ‘커스텀’할 수 있는 일반 특검법과 달리 상설특검은 기본적인 가이드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상설특검의 기간은 총 110일입니다. 세부적으로 준비 기간 20일, 수사 기간 60일에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수사 기간을 한 차례만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인력도 정해져 있습니다.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는 5명, 수사관은 최대 30명입니다. 

특히 특별검사 후보 추천 방식 또한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설특검은 법무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과 국회 추천 4명 등 7명으로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가 두 명의 후보를 과반 의결로 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문제는 국회 추천 몫입니다. 국회 규칙에 따라 두 교섭단체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2명씩 추천권을 나눠 갖게 됩니다. 당연직 3명 중 일부가 정부 인사인 것을 고려했을 때, 정부·여당이 원하는 인물이 최종 후보로 추려질 가능성이 높게 설계된 셈입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상설특검의 짧은 수사 기간, 부족한 수사 인력, 치우친 특검 추천 방식 때문에 별도 특검법 발의를 선호했던 겁니다.

그러나 이번 김건희 상설특검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민주당이 지난 7일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사안을 다루는 상설특검의 경우 특별검사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여당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입니다. 

국회 운영위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야권 주도로 ‘특검 추천위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운영개선소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인 다음 달 열릴 본회의에서 이를 먼저 처리한 후 김건희 상설 특검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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