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6년 만에 ‘바둑 올림픽’ 우승…주인공은 이치리키 료

일본, 36년 만에 ‘바둑 올림픽’ 우승…주인공은 이치리키 료

이야마 유타 밀어내고 일본 1위 등극한 이치리키 료 9단
‘바둑 올림픽’ 응씨배 결승에서 중국 셰커에 3-0 완봉승
1988년 창설된 응씨배 역사상 최초의 일본 기사 우승

일본 일인자 이치리키 료 9단이 응씨배 2연속 결승에 오른 중국 셰커 9단을 3-0으로 돌려세웠다.

1988년 창설 당시 우승 상금 40만 달러, 올림픽과 같은 해에 4년 마다 한 번씩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 바둑 최고 권위 기전 응씨배에서 36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이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일인자 이치리키 료 9단은 8일 중국 상하이에서 막을 내린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결승5번기 3국에서 중국 셰커 9단에게 237수 만에 흑으로 불계승했다. 이치리키 9단은 지난 1국에서 341수까지 가는 혈투 끝에 반집승, 2국에서 262수 끝 8집반승을 거두면서 2-0으로 앞서고 있었다.

이날 승리로 이치리키 료 9단은 1988년 대회 창설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응씨배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응씨배 결승 5번기에서 완봉승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대회에선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연기되는 등 진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3번기로 개최, 신진서 9단이 역시 같은 상대인 중국 셰커 9단에게 2-0 승리를 거둔 바 있지만, 5번기에서의 퍼펙트 승부는 없었다.

중국 셰커 9단은 지난 9회 응씨배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두 번 연속 결승에 올랐으나 번기 승부에서 단 1승도 건지지 못하면서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반면 이치리키 료의 승리로 대회 첫 우승을 거머쥔 일본은 19년 만에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숙원을 풀었다. 이날 이치리키의 우승 전까지 일본의 마지막 우승 기록은 2005년 제9회 LG배로, 대만 출신 장쉬 9단이 일본기원 소속으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한국과 중국은 랭킹에 의해 기사 서열이 정해지는 반면, 일본은 기전에 서열을 둔다. 랭킹 1위 기전 ‘기성전’을 보유해 일본 바둑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치리키 료 9단은 전통의 ‘본인방전’과 ‘천원전’을 비롯해 아함동산배와 NHK배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일본 바둑 일인자 이치리키 료 9단이 ‘바둑 올림픽’ 응씨배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응씨배 우승트로피에는 역대 우승자들의 이름이 새겨진다. 한국기원

한편 응씨배 1~4회에서 연속 우승(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하는 등 이 대회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선 8강에서 전원 탈락하면서 4강에 한 명도 오르지 못하는 시즌을 보냈다. 응씨배 역사상 한국이 4강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 기사 없는 결승전 또한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이번 응씨배는 바둑 메이저 세계대회 개인전 통산 132번째 결승전이었다. 나라별 메이저 세계 바둑 대회 우승 횟수는 한국 70회, 중국 49회, 일본 12회, 대만 1회다. 응씨배는 한국이 통산 6회, 중국 3회, 일본 1회 우승을 기록하게 됐다. 1988년 초대 대회와 동일한 응씨배 우승 상금은 40만 달러로 약 5억3580만원이다. 준우승은 10만 달러, 준결승 진출자 2만5000달러, 8강 진출자에게는 1만5000달러가 지급된다. 16강 진출자는 5000달러, 28강 1200달러, 56강 진출자들에게는 각각 800달러씩이 수여된다. 응씨배는 ‘전만법(塡滿法)’이라고 불리는 응씨룰로 승부를 가리며 덤은 8점(7집반)이다.

일본 바둑이 36년 만에 첫 응씨배 우승, 19년 만에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숙원을 풀었다. 한국기원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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