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70달러선 붕괴, 60달러 전망도…“제조업 부양 가능성”

국제유가 70달러선 붕괴, 60달러 전망도…“제조업 부양 가능성”

- 미·중 경기 침체에 석유 수요 감소 우려↑
- OPEC+ 감산 연장에도 국제유가 힘 못 받아
- “에너지 비용 절감→제조업·가계 반등 이끌 수도”

아랍에미리트(UAE) 할리바 광구. 한국석유공사

미국의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70달러를 밑도는 가운데, 향후 60달러선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국내 제조업·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7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종가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일 대비 0.05% 하락한 69.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70달러선을 밑돈 것은 지난해 12월13일(69.47달러) 이후 9개월 만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0.01% 하락한 72.69달러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처럼 유가가 급락하는 데에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개월 연속으로 기준선인 50을 밑돌았으며,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7월 구인 건수는 767만3000건으로 전월 대비 3%가량 줄었다. 이는 2021년 1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제조업 부진에 따라 고용·취업 규모도 점차 축소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중국 역시 지난달 PMI가 49.1로 4개월 연속 위축되는 데다, 부동산 위기까지 겹쳐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대 강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글로벌 석유 수요 감소 예상으로 이어져 국제유가를 낮추는 흐름이다.

이에 이달 초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는 당초 다음 달로 예정됐던 증산(감산 완화) 계획을 철회하고, 감산을 오는 11월 연장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OPEC+가 생산량을 감산하면 국제유가가 상승하는데, 이러한 소식에도 국제유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미·중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 수요 둔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기업 시티그룹은 지난 4일 메모를 통해 “OPEC+가 생산량을 추가로 줄이지 않는다면 내년엔 유가가 6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브렌트유 가격이 60달러까지 밀리면 시장 흐름상 50달러까지 내려간 뒤에야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중의 경기 침체 장기화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이러한 국제유가 하락이 제조업 경기 부양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 비용이 줄면서 제조업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데다 가계 부담도 줄어 소비 심리 증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前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이 원유 공급 개선보다 수요 부진에 주로 기인한다는 측면에서 경기 침체 우려를 뒷받침하는 또다른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로 바로 연결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시차를 두고 유가 급락이 경기 침체를 방어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 등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동절기를 앞두고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다면 주요국의 경기 연착륙에 기여함과 동시에 에너지 비용 절감으로 그간 부진했던 제조업 경기의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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