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극복 열쇠 된 복지…‘엔터 끝판왕’ 하이브 가보니 [저출생 미래 기업]

저출생 극복 열쇠 된 복지…‘엔터 끝판왕’ 하이브 가보니 [저출생 미래 기업]

대한민국이 초저출생 국가로 진입한다는 우려가 커지며 정부는 물론 기업에서도 대책 마련을 고심 중입니다. 일각에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보장하는 것이 저출생 극복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은 사내 복지와 모성 보호 제도 등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연예 기획사 중 유일하게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하이브를 찾아 저출생 쇼크 속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핍니다. [편집자 주]


하이브 사옥 외관. 사진=유희태 기자

일과 삶의 균형은 직장인의 주요 화두다. 좋은 복지가 업무 능률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퍼지며 기업에서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커리어 플랫폼 잡플래닛이 직장인 2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가 이직할 회사의 복지 수준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초저출생 사회로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 현재, 기업 복리후생은 단순히 직원 만족도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직장 내 업무 환경과 강도가 삶의 질로도 직결하는 만큼, 일과 가정의 양립이 저출생 극복의 새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들이 사내 복지를 넘어 모성 보호 제도에 주목하기 시작한 이유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복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연예기획사는 업무 강도에 비해 복지가 부실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이브는 모성 보호와 복리후생을 위해 사옥 시설 정비부터 다각도의 복지를 마련,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직원의 삶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둔다.

하이브 사옥 18층 구내식당. 사진=유희태 기자
하이브 사옥 18층 구내식당. 사진=유희태 기자

쿠키뉴스가 최근 찾아간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은 거대하고 깔끔했다. 기자가 둘러본 공간은 구내식당이 있는 18층과 옥외 정원·카페 및 공용 공간으로 꾸려진 19층이다. 이 중 18층은 공간 전체를 조리 및 식사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500명가량을 동시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쾌적했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서 갔는데도 내부에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식당은 중·석식 운영 시간 외에도 구성원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메뉴는 회사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한다. 샐러드를 향한 경쟁이 치열하단다. 직원들이 같은 메뉴를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할 정도로 식단에 많은 공을 들인다. 특식 날은 직원들의 호응이 더 뜨겁다. 정가는 9000원이지만 회사에서 7000원을 부담해 임직원은 2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0분 단위로 예약을 받아 식당 혼잡도를 조절한다. 

하이브 구내식당 메뉴. 사진=유희태 기자
하이브 구내식당 메뉴. 사진=유희태 기자

19층은 유연한 확장을 테마로 한다. 유명 커피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사내 카페를 두고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구성원이 어우러질 수 있는 포럼(개방형 강당)과 옥외정원 콤브도 있다. 빗이라는 뜻처럼 마음을 빗으라는 의미다. 사내 구성원이 쉬거나 소속 아티스트가 이곳에서 쇼트폼 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문을 열고 정원으로 향하자 자작나무로 빼곡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심 속에서 만난 작은 휴양림이 숨통을 트여주는 듯했다.

이날 사옥 취재에 동행한 하이브 직원들은 만족스러운 복지로 구내식당과 피트니스센터와 같은 사내 시설, 자율출근제 등을 꼽았다. 헬스장은 아침에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출퇴근 및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체력을 단련하는 임직원이 많다고 한다. 11~13층의 일부를 연결해 운동시설로 활용하게끔 했다. 수면실과 안마의자를 갖춰놓은 휴게공간도 있다. 임직원의 건강관리를 위해 사내의원을 설치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심리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법정 연차 일수보다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무제한 연차 휴가제와 연차 사용 보너스(팀 구성원 모두 연차를 15일 이상 사용할 경우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는 제도) 또한 호응이 뜨겁다.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문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이브 사옥 19층 사내 카페. 사진=유희태 기자
하이브 사옥 19층 포럼(개방형 강당). 사진=유희태 기자

모성 보호 관련 제도 역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법정 휴가 기간 90일을 포함해 최대 180일간 쉴 수 있는 출산휴가는 해당 기간 급여 100%를 지급한다. 출산 축하금 100만원과 10만원 상당의 선물도 제공한다. 배우자 출산 시에도 최대 10일의 휴가를 보장한다. 육아휴직의 경우 6개월 이상 근속자 중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구성원에게 자녀 1명당 최대 1년 동안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법정 요건이 무급인 것과 달리 월 급여 50%를 지급한다. 이외에도 영유아 보육료와 유사산휴가, 난임 치료 휴가 등을 지원한다.

업무 환경과 복지는 구성원의 만족도뿐 아니라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밸)으로도 직결된다. 기업은 뛰어난 인재를 확보할 수 있고, 직원은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알찬 복지로 미래 계획까지 점검할 수 있어 서로에게 좋다. 하이브는 사옥 시설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복지 제도를 만들고 개선하며 기업문화 전파에 힘쓴다. HR(인사관리) 부서 외에도 사내 기업문화를 전파하는 팀을 별도로 둘 만큼 직원 복지에 공들인다는 설명이다. 임직원 역시 대체로 회사에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날 동행한 관계자는 “역량 있는 경력직 중 기혼자 비율이 높은 만큼 관련 복지에도 힘쓰려 한다”면서 “안심하고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핵심 복지를 중요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이브 사옥 19층 옥외정원 콤브. 사진=유희태 기자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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