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치르기도 어렵다…“선수가 없는데 어떡해요” [저출생, 텅 빈 운동장②]

경기 치르기도 어렵다…“선수가 없는데 어떡해요” [저출생, 텅 빈 운동장②]

선수 없어서 경기 못 치르는 ‘자격상실패’, 중고 농구부에서 올해만 4곳
“저출산으로 아이 한 명 낳는데, 어떻게 운동을 시켜요”
엘리트-생활 경계 허물고 체육 개념 가볍게 접근해야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

“상반기에 중요한 경기들이 있었다. 이때 부상자가 발생했다. 얇은 선수층으로는 도저히 참가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선수가 없어 3~4월 대회를 건너뛰었다.”

전화기 너머로 한숨 소리가 들렸다. 2024년 수원여고 농구부 엔트리는 총 9명. 5명이 코트를 밟는 농구에 있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전학생 징계로 1년간 뛰지 못하는 3명을 제외하면, 6명으로 40분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부상자가 나온 3~4월에는 춘계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 불참했다. 5월 회장기에는 간신히 6명을 꾸려 대회에 나섰지만, 이뿐이었다. 6~8월에 열린 두 대회에는 후보도 없이 주전 5명이 40분을 모두 뛰었다.

수원여고 관계자는 “한 대회는 6명으로 출전했다. 지난해 단 5명이 뛰었던 때보다 낫다”고 위안 삼았다. 실제로 지난해 수원여고는 5명으로 모든 대회를 준비했다. 부상 변수가 발생하면 경기 중 고의로 5반칙 퇴장해, 사실상 경기를 포기하는 ‘자격상실패’를 당했다. 

올해도 자격상실패를 당한 팀들이 잇따랐다. 남고부에서 동아고와 군산고가, 여고부에서는 상주여고가 희생양이 됐다. 여중부 숭의여중도 선수 부족으로 자격상실패를 떠안았다. 수원여고 관계자는 “선수가 없어서 엔트리 채우기도 힘든 것이 실정이다. 5명이 40분을 뛰는 게 말이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라며 “저출산 영향이 분명히 있다. 아이 한 명도 안 낳는 시대인데, 그 한 명을 운동선수로 키우기란 매우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프로 데뷔 전 가장 중요한 고등학교 때, 제대로 된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농구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전체적인 선수층이 줄면서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 규정상 5명을 채워야 해서 뛰는 것뿐”이라며 “냉정하게 대학 진학을 위해 농구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

4대 스포츠 중 하나인 배구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남자배구 프로 취업률은 47.6%로 역대 최저였다. 종전 최저 기록인 2005~2006시즌 56.25%(16명 중 9명)보다 8% 이상 떨어지는 수치다. 참가자 42명 중 20명이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신인 취업률이 50%가 넘지 못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당시 프로 감독들은 “프로와 대학 격차가 크다”, “경기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A구단 관계자도 “가뜩이나 아마추어 선수층이 적은데, 저출산으로 더 줄어들까 걱정”이라 염려했다.

비인기종목 바둑은 크게 줄어든 여자 연구생(프로 지망생) 수 때문에 연구생 제도를 남녀 통합으로 운영 중이다. 지난 8월 기준, 연구생 100명 중 여자 연구생은 단 19명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2013년부터 남녀 연구생을 통합했다. 여자 연구생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통합 전에도 여자 연구생 수가 점점 줄고 있었다”고 밝혔다. 저출산 영향이 본격화되면 여자 바둑의 존폐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셈이다.

유소년 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연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던 한국초등배구연맹 관계자는 “배구를 생활체육으로 담당하는 코치가 눈에 띄게 적다. 일단 종목을 즐겨야 다음 챕터를 꿈꿀 수 있다”며 “저출산인 만큼, ‘체육·운동’ 개념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체육계가 살아남는다. 지금은 학교마저 운동하면 큰일나는 것처럼 대응하더라”고 꼬집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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