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대만 바둑이 웅비하고 있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한국 일인자 신진서 9단, 중국 커제 9단을 모두 격침하고 금메달을 따낸 2001년생 쉬하오훙 9단의 활약을 2002년생 라이쥔 푸 8단이 이어받고 있다.
5일 전라남도 영암군 하정웅미술관에서 막을 내린 제10회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결승에서 대만 라이쥔 푸 8단이 신진서 9단을 296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흑 반집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신 9단은 이 대회에서 지난 8회 대회 우승을 비롯해 4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을 정도로 인연이 깊었다. 반면 라이쥔 푸 8단은 신 9단이 정상에 오른 8회 때 16강에서 탈락한 이후 두 번째 출전 만에 올린 개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결승전을 앞두고 ‘세계 최강’ 신진서 9단과 맞붙게 된 라이쥔 푸 8단은 “상대를 최대한 압박해보겠다”는 임전소감을 밝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 이상이었다. 초반 신진서에 무리수를 응징하면서 우세를 확립한 라이쥔 푸는 이후 예상 밖의 선전을 거듭하면서 국면을 리드해나갔다.
중반 승부처에선 신 9단의 완력이 힘을 발휘했다. 상대의 공격을 유연하게 흘려낸 신 9단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 역전승을 눈앞에 뒀으나 끝내기에서 다시 실족했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라이쥔 푸 8단의 ‘반집’ 승리였다.
한편 라이쥔 푸 8단은 8강에서 중국 강호 판팅위 9단, 준결승에선 한국 변상일 9단을 꺾고 결승에 오르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결승에선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격돌하는 등 한 판도 만만한 승부가 없었으나 이를 모두 이겨낸 것이다. 세계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2000년생 신 9단은 국제대회 결승에서 자신보다 어린 선수에게 처음 패배하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신진서와 커제를 연파하고 깜짝 금메달을 따낸 대만 일인자 쉬하오훙 9단의 약진에 이어 라이쥔 푸 8단이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한·중·일 일색이던 바둑계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제10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는 전라남도와 영암군·강진군·신안군, 전남교육청이 공동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고 전라남도바둑협회와 한국기원이 공동 주관했다. 우승 상금은 전기 대비 2500만원 증액된 1억원이며, 준우승 상금은 4000만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30분에 40초 초읽기 3회 속기전으로 진행됐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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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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