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대책, 박탈감만"…유자녀 가정의 이유 있는 불평 [놀이터통신]

"저출생 대책, 박탈감만"…유자녀 가정의 이유 있는 불평 [놀이터통신]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세계 최저수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출산율에 놀란 정부가 총력적인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부처별로 고민 끝에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반갑지만, 추세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와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가 쏟아집니다.

아이 셋을 둔 박정훈(40)씨는 21일 이번 대책을 “다 잡은 물고기는 나 몰라라 하는 대책”이라고 평했습니다. 박씨는 “정부에서 나오는 모든 관심과 혜택이 청년·신혼부부에만 맞춰 있는 것 같다”며 “이런 혜택들과 비교해 기존 유가족 가정 혜택은 너무 미미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은 모두 힘든데 출산 전까지만 혜택을 주면 뭐 하나. 낳고 나면 모르는 체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이를 보며 ‘나도 아이를 낳고 싶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결혼하면 10년간 다주택자에게 물리는 세 부담을 적용하지 않고 △100만원 규모의 결혼 특별세액 공제를 신설하는 대책을 두고도 쓴소리가 나왔습니다. 앞서 정부는 혼인신고를 할 경우 특별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혼인신고만으로 세금 혜택을 주는 건 처음입니다. 또한 1세대1주택을 각각 보유한 남녀가 혼인해 2주택을 보유할 때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의 1주택자 간주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합니다.

박씨는 “보통 결혼한 부부도 맞벌이로 살며 내 집 마련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물론 내 집이 결혼 전부터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선택에 따라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까지 하며 살아간다. 이런 보통의 사람들이 내 집 마련하는데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각자 집 한 채씩 가지고 있는 커플까지 세제 혜택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출산한 강지연(36)씨도 “혼인신고만 해도 100만원 세제 혜택이라니,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혜택이 좋아지는 것 아니냐”라며 “정부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급한 나머지 세제혜택을 이렇게 주니 오히려 지금 결혼하고 애 낳는 것보다, 좀 더 나중에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김영은(38)씨도 이번 정부 발표에 실망했다고 합니다. 김씨는 “돈 있고 집 있는 사람이 돈 문제로 출산을 안하는 걸까”라며 “심각한 사교육비를 없애기 위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아이가 아플 때 눈치 보지 않고 가정을 돌볼 수 있는 근로환경과 의료·돌봄 시스템 등 이러한 실질적인 지원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2주 내외 단기 육아휴직 등 사용편의 개선,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을 두고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정부가 기존 출산·육아휴가 제도를 꾸준히 강화해 왔지만, 제도 사용 자체가 어려운 노동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동계도 같은 지적을 합니다. 노동환경과 문제 개선이 빠진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워킹맘 최모(35)씨는 “맞벌이 부부로 아이 돌봄이 힘들어 단축근무를 희망한다고 상사에게 요청했다. 그 이후 돌아온 말이 ‘친정어머니 불러라’였다”며 “아직도 사내 분위기가 육아가정에 긍정적이지 않은 중소기업이 많다. 나라에서 제도만 잘 만들면 뭐 하나. 여전히 공무원·대기업 등 일부만 혜택받는 구조”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 지난 19일 발표되고 관련한 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끝으로 그중 한 뉴스에 유독 눈에 띄는 댓글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저출산 대책은 출산 장려뿐만 아니라 저출산에 따른 산업, 먹거리, 국가 경쟁력에 대한 비전이 담겨야 합니다. 그 정도 정책으로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정부는) 본인이 힘들어 자녀 살해 후 자살하는 문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의 현실은) 있는 자식도 그렇게 보내는데, 없는 자식은 누가 만들려고 하겠습니까.”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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