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꿀벌 보호’ R&D 예산, 40% 싹둑…환경부에 0원 배정 [꿀 없는 꿀벌]

[단독] ‘꿀벌 보호’ R&D 예산, 40% 싹둑…환경부에 0원 배정 [꿀 없는 꿀벌]

사진=박효상 기자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기조로 꿀벌 보호 연구사업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년보다 예산을 40%나 줄여 기존에 진행하던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환경부는 올해 관련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연구를 위한 첫 삽을 뜨지 못했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5개 부처 합동 ‘기상이변 대응 새로운 밀원수종 개발로 꿀벌 보호 및 생태계 보전 사업(꿀벌 연구사업)’에 참여하는 환경부는 올해 관련 연구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를 비롯한 꿀벌 연구사업 전체 예산도 40% 대폭 삭감됐다. 당초 계획됐던 예산은 62억4000만원이었지만, 37억원만 배정됐다. 세부적으로 사업을 주관하는 농촌진흥청에 배정된 예산은 16억5000만원으로, 17.5% 감액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1억5000만원으로 8%, 산림청은 9억원으로 58%가 각각 줄었다. 기상청만 5000만원으로 유지됐다. 

해당 사업은 꿀벌 보호와 밀원(꿀샘식물)숲 확대를 목표로 수립됐다. 2021년부터 시작된 꿀벌 실종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다. 한국에선 지난 2021년 84억 마리, 2022년 100억 마리의 꿀벌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변화, 신종 꿀벌 감염병 유행, 사양꿀 생산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면서 꿀벌 관련 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5개 부처가 지난 2023년부터 2030년까지 8년간 총 484억4000만원을 들여 다부처 공동 연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각 부처는 오랜 논의 끝에 연구 역할을 분담했다. △농촌진흥청은 꿀벌 사육과 병해충 관리 등 강건성 향상과 화분 매개 생태계 서비스 강화 기술 개발 △산림청은 기후 변화에 적합한 밀원수 선발과 밀원 단지 조성 모델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꿀벌 질병 진단과 제어 기술 개발 △기상청은 기상 상황에 따른 밀원수의 개화 예측 모델 개발 △환경부는 외래해충 관리 기술 개발, 화분매개 생태계 서비스 강화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5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기상이변 대응 새로운 밀원수종 개발로 꿀벌 보호 및 생태계 보전’ 사업 목표 및 주요 내용. 농촌진흥청 제공

그러나 환경부가 예산을 0원 배정받으면서, 일부 연구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2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2024년도 예산이 없어 연구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2025년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이 배정되면 서둘러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장은 “환경부는 올해부터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예산이 없어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나머지 부처도 현재 예산에 맞춰 연구를 전개하고 있긴 하지만 원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도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꿀벌 실종 현상이 3년째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관련 연구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꿀벌 보호 연구 예산이 삭감된 사태에 대해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 교수는 “이번 다부처 공동 연구개발 사업은 꿀벌을 보호하고, 밀원숲 보전과 확대에 앞장선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여러 정부 부처가 꿀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협력하는 최초의 시도로, 굉장히 중요한 연구사업”이라며 “장기적 지원을 통해 실효적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김은빈 기자 joy@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최은희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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