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급식’ 범인은 누구인가 [놀이터통신]

‘부실 급식’ 범인은 누구인가 [놀이터통신]

맘카페(육아카페)에 올라온 지난달 26일자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 급식. 맘카페 캡처

‘한국인은 밥심’ 사람이 살아가는 힘의 원천은 ‘밥’이며 ‘잘 먹는 것이 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거리에 진심인 민족이 바로 한국인입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먹거리’는 더없이 중요합니다. 학교급식 봉사에 자원하며 학부모들이 ‘학생 식단’을 예민하게 살피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부실 급식’ ‘부실 간식’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 급식 사진 한 장이 맘카페(육아카페)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초구의 한 맘카페에는 ‘오늘 ○○중 급식’이라는 설명과 학생 식단으로 보이는 식판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밥과 국을 제외하고 반찬은 순대볶음뿐. 맞은편에 앉은 학생의 식판에도 같은 반찬에 음료 하나만 더 있었습니다. 나머지 칸은 텅 빈 상태입니다. 이날 A중학교 식단을 보면 밥과 두부김치찌개, 순대야채볶음, 포기김치, 유산균 음료가 제공됐습니다.

이 내용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확산하면서, 저를 포함한 엄마들이 모인 단톡방에 불이 났습니다. “급식 먹어도 배고프겠다” “교도소도 이것보다 잘 나오는 것 같다” “급식이 정상화될 때까지 가정에서 도시락이라도 싸서 보내야겠다” “우리 아이 학교도 급식 잘 나오는지 살펴봐야겠다” 등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3월1일 기준 학교 급식종사자 신규채용 미달률.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업재해 피해자 국가책임 요구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부실 급식은 A중학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당수 학교 급식실이 구인난을 겪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A중학교는 조리원 단 2명이 1000명분의 급식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업재해 피해자 국가책임 요구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지난 3월19일 발표한 ‘신학기 학교급식실 결원’ 자료에 따르면 1일 기준 서울 학교급식 신규 채용 미달률은 34%(모집인원 554명 중 190명 미달)에 달합니다. 제주(미달률 59%) 충북(57%) 충남(27%) 등 상황도 심각합니다. 신규 채용을 한다해도 퇴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3월1일 기준 서울 학교급 중 결원 인원은 203명. 결원학교 비율은 18.3%로 추정됩니다.

이달 8일 국민의힘 고광민 서울시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지역 공립학교 조리실무사 결원은 292명으로 앞선 조사보다 더 많은 결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강남·서초 지역의 경우 조리원 결원이 119명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전체 조리실무사 결원 중 무려 40.7%가 강남·서초 지역에 집중된 것입니다.

학교 급식실이 구인난을 겪는 이유는 소득은 적은데 노동강도는 높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학교 급식 종사자 기본급은 198만6000원으로 200만원이 안 됩니다. 폐암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안전하지도 않은데, 민원까지 많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해 3월31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빵와 음료 또는 개인 도시락을 먹고 있다. 이날 학교는 파업 여파로 학교는 대체 급식을 실시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교육청들은 고육지책으로 기간제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숙달되지 않은 노동자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정작 조리 인력보다 청소나 배식을 돕는 역할이 충원돼 부실 급식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급식종사자들은 지쳐가고, 부실 급식이 나옵니다. 급식을 먹어도 늘 배고픈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재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안전국장은 “수도권 지역이 학교 급식실 면적, 휴게시설, 환기시설 등 전반적인 노동환경이 더 열악하다. 문제는 결원이 전국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강도가 높은데 비해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처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급식종사자들의 폐암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이제 학교 급식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노동계가 수년전부터 지속적으로 결원 문제를 제기하며 인력 충원, 노동환경과 처우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유일하게 변한 건 더 줄어가는 급식종사자의 수였습니다. 

A중학교가 위치한 서초구청은 부실 급식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게 보낸 답변에 “학교 급식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소관기관인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및 A중학교에 연락해 조속한 조리원 증원 등을 건의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서 차기 발령 시 A중 조리원 배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전달받았다. 학교 측에서는 조리 종사원 충원을 위해 현재 채용공고 중임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수는 없어야 합니다. 부실 급식의 범인은 누구일까요.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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