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올해 최악의 산업재해 사망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롯데건설에서 하청노동자 5명이 숨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롯데건설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캠페인단은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고용노동부의 ‘2023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 자료와 노동건강연대 등의 ‘이달의 기업살인 2023년도 집계’ 자료를 토대로 기업 산재 사고 통계를 집계해 발표했다. 캠페인단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전년 가장 많은 산재 사망사고(원청·하청)가 난 기업과 산업안전보건문제에 주목할 만한 대상을 묶어 발표해왔다.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가 선정에 필요한 산재 발생 기업 명단을 밝히지 않아 17년 만에 처음 발표가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롯데건설에선 하청 노동자 5명이 사고로 숨졌다. 사고 유형을 보면 구조물 설치 또는 정비 중 추락하는 사고가 많았다. 보강용 철구조물 설치 중 지하 2층에서 7m 아래로 떨어지거나 가설구조물 해제 작업 중 6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크레인 와이어 정비 중 지하공동구 19m 아래로 떨어지거나 복공판 고정 작업 중 복공판과 함께 10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또 쓰러지는 지지대에 머리를 부딪혀 숨진 노동자도 있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07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노동자 6명 사망으로 6위에 올랐다. 2012년, 2014년, 2020년에도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지난 10년 최악의 살인기업’ 8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산재 사망 합산 결과, 총 6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 6곳 가운데 5곳(롯데건설, 한화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중흥토건)은 건설사였다. 나머지 한곳은 현대삼호중공업이다. 고용노동부가 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중대재해 중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총 584건(사망 598명)이다. 이 중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가 297건(사망 303명)으로 전체의 절반(50.8%)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선정기업 사망자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한화건설과 현대건설에선 각각 하청 노동자 4명이 사고로 숨졌다. 한화와 현대건설은 연이은 노동자 사망으로 각각 지난 2023년 10월과 11월 노동부의 일제 감독 대상이 된 바 있다. 그러나 한화건설에서는 올해 1월, 현대건설에서는 올해 2월 사망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수년간 건설사들이 최악의 살인기업 1위를 놓친 적이 없다”며 “올해도 위험한 건설현장, 다단계 하도급이 발생했다. 이윤은 대형 건설사가 가져가고 위험은 하청 노동자가 가져갔다. 올해도 죽음의 카르텔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매년 1000여건에 달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배달앱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 청년들’이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에 선정됐다. 캠페인단에 따르면 우아한청년들은 지난 2022년 산재 인정 건수 1837건, 지난해 8월까지 산재 인정 건수 1273건으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양 의원실에 제출한 ‘산재보상 승인 자료에 따른 사망재해 현황’에 따르면 우아한청년들에서 5명의 산재사망 노동자만이 산재 인정을 받았다.
캠페인단은 라이더의 사망사고에 운전자 과실 등으로 산재보험 신청이 가로막히거나,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기에 산재보험이 안 된다고 생각해 신청하지 않는 경우까지 추정하면 사망노동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맞는 수사와 기소를 촉구하며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에 ‘검찰’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날 선정식에 참석한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은 “배달의민족 운임료 정책에 문제가 많다. 더 빨리 달리고 더 길게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사고의 위험도 높아진 것”이라며 “안전 교육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라이더 정책이 어떤 위험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지, 제대로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의원은 “대한민국은 살인을 권하는 사회”라며 “한 해 2000명 노동자가 출근한 뒤 퇴근을 하지 못한다.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인기업 선정식은 당장 중단돼야 할 행사이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언제 중단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