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너무 느리다” 밀원숲 회복까지 100여년 [꿀 없는 꿀벌②]

“느려도 너무 느리다” 밀원숲 회복까지 100여년 [꿀 없는 꿀벌②]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꿀벌들의 먹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꿀벌의 ‘밥줄’인 밀원수가 점점 사라지면서다. 정부는 밀원수 조성에 힘쓰고 있지만, 기후변화 영향으로 소실된 밀원 면적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3일 쿠키뉴스가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최근 5년 동안 연간 3600헥타르(ha) 규모의 밀원수를 식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2019년 4240.3ha, 2020년 3937ha, 2021년 3702.3ha, 2022년 3585.4ha, 2023년 3593.7ha를 심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연중 예산을 지원받아 시행하는 ‘밀원수 조림’ 사업을 통해 매년 국유림에서 150ha, 지역특화 조림 사업으로 500ha를 조성하고 있다”며 “나머지 2800ha가량은 백합나무처럼 밀원 기능을 하는 동시에 목재 생산이 가능한 경제림을 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밀원수 조성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 자료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밀원 면적은 14만6000ha에 불과하다. 전체 밀원 면적이 1970~1980년대(47만8000ha) 대비 급감한 것이다. 줄어든 면적은 여의도 크기(290ha)의 1145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산불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매년 소실되는 산림 면적을 고려하면 그보다도 더 많은 밀원 면적을 최대한 빠른 기간 안에 확보해야 한다.  

밀원식물은 줄어드는데, 국내 꿀벌의 사육봉군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1㎢당 21.8봉군으로 일본의 34배, 미국의 80배에 달한다. 먹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안동대 산학협력단과 그린피스가 작성한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벌통 하나에 살고 있는 꿀벌의 천연 꿀 요구량은 최소 30kg이다. 1ha의 밀원수에서는 약 300kg의 꿀이 생산 가능하므로, 국내 250만군 이상의 양봉꿀벌과 재래꿀벌, 야생벌 등을 감안하면 최소 30만ha의 밀원 면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린피스-안동대 산학협력단은 “현 속도대로면 필요량까지 약 40년, 이전 수준으로 돌이키는 데 약 100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55년 후에야 봉군 당 1말 채밀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송인택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이사장은 “아까시나무를 ha당 400그루를 심는다고 가정할 때 250만4703 봉군(2022년 기준)에서 1말의 벌꿀을 채밀하려면 16만6984ha의 밀원 면적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5개년 종합계획대로 연간 3000ha를 식재할 경우 55.6년 후에야 봉군 당 1말이 채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밀원 부족의 심각성을 이해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밀원수 식재에 나선 일부 자치단체들도 양봉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없는 상태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벌꿀을 살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가 밀원숲 조성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찬성 산촌활성화 종합지원센터 대표는 “현 속도로 밀원수를 조성하는 것은 너무 느리다”라며 “양봉산업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이다. 현재 이동 양봉도 밀원수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연구관은 “우리나라 꿀벌 밀도는 전 세계에서 리터당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항상 밀원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양봉 수에 맞게 밀원 수를 확대해야 안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승환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곤충학 교수 역시 “꿀벌을 살리기 위해선 일시적 대책 마련 보단 밀원수 조성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꿀벌이 왜 사라지면 안 되는지 국민적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김은빈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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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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