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14일 결승전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결승전 1만2000석이 단 10분 만에 동나는 등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높아진 롤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LCK 역사에 남을 기록도 쏟아졌다. 젠지e스포츠와 T1은 무려 5시즌 연속으로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두고 건곤일척 결전을 벌였다. 특히 젠지e스포츠는 ‘LCK 최초 4연패’를 달성,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했다. T1도 비록 우승엔 실패했지만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6시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으며 최정상 팀으로서 위용을 과시했다.
LoL을 넘어 e스포츠 역사에 의미가 깊은 한 시즌이었으나 치명적인 상처도 입었다. 무차별적인 ‘디도스 공격’에 LCK는 리그를 녹화중계 및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역대급 흥행에 웃음을 지은 LCK지만 다가오는 서머 시즌엔 디도스에 대해 확실한 방어를 해내야 한다는 숙제도 남았다.
LCK 최초 4연패…‘젠지 왕조’ 열렸다
젠지e스포츠는 14일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2024 LCK 스프링’ 결승 T1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젠지e스포츠는 LCK 최초로 ‘4연패’라는 새 역사를 썼다. T1(2015 스프링~2016 스프링, 2019 스프링~2020 스프링)과 디플러스 기아(2020 서머~2021 서머)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2022시즌 서머 때 ‘젠지e스포츠’라는 팀명으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23시즌 스프링‧서머를 연달아 제패했다. 이어 올 시즌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젠지 왕조’를 구축했다.
그 중심엔 ‘쵸비’ 정지훈이 있다. 정지훈은 2022년 젠지e스포츠에 합류해 첫 시즌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후 모든 시즌 우승에 성공하며 4연속 우승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이번 시즌 우승은 지난해 호흡을 맞췄던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딜라이트’ 유환중이 빠지고 세운 기록이라 더 의미가 남다르다.
‘기인’ 김기인의 드라마 같은 서사도 화제였다. 커리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기인은 2017년 데뷔 후 줄곧 LCK 최고 탑 라이너란 평가를 받았다. 다만 리그 우승이 없다는 점이 유일한 결점으로 꼽혔다. 김기인은 이번 우승으로 무관의 설움을 단번에 씻어냈다. 아울러 ‘파이널 MVP’까지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페이즈’ 김수환도 진기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수환은 LCK 데뷔 후 참여한 모든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3년 데뷔 후 스프링‧서머를 우승했고, 이번 우승으로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왕조를 구축한 젠지e스포츠가 이 기세를 이어 다가오는 서머 시즌에도 호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대급 뷰어십…더 높아진 롤 인기
많은 화제들과 함께 롤 인기도 크게 상승했다. 통계 매체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14일 LCK 스프링 결승전 뷰어십(시청자 수)은 무려 약 26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시즌 가장 높은 뷰어십이다. 두 번째로 높은 뷰어십은 T1과 한화생명e스포츠 결승 진출전으로, 이 또한 약 163만명이 지켜봤다.
그동안 LCK는 뷰어십 200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265만명을 넘기면서 역대 최다 뷰어십 쾌거를 이뤘다. 올 시즌 뷰어십 ‘탑5’에 오른 경기들이 모두 100만명을 넘겼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스프링과 차원이 다른 뷰어십이다. 지난해 동기간 뷰어십 1위는 T1과 젠지e스포츠 결승전으로, 약 14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시즌과 비교했을 때 120만명이나 더 적다. 이번 시즌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위 기준, 이번 뷰어십은 지난 2023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보다 더 높은 수치를 드러냈다. 2023 MSI 뷰어십 1위는 T1과 중국 징동 게이밍 경기로, 약 229만명이 시청했다. 이번 시즌 1위 기록에 36만명 모자란 수치다.
뜨거웠던 LoL 열기가 역대급 뷰어십으로 증명됐다.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흥행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흥행에 찬물 끼얹은 ‘디도스 테러’ 대응 실패
역대급 흥행 이면엔 ‘디도스’라는 치명적인 흠이 있었다. 지난 2월25일 DRX와 디플러스 기아 경기에서 디도스 공격 때문에 선수들 경기 화면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4시간6분 동안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경기는 무려 6시간46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결국 LCK는 같은 날 2경기인 OK저축은행 브리온과 광동 프릭스전을 사상 초유의 녹화중계로 전환했다. 설상가상, 경기 결과가 외부에 유출되면서 리그 진행에 큰 차질이 생겼다. 일단 2월28일 리그를 재개했지만, 당일 T1과 피어엑스 경기가 다시금 디도스 공격으로 진행이 불가해졌다. 결국 LCK는 6주차 잔여 경기와 7주차 경기를 모두 녹화중계로 전환했다.
이후 LCK는 오프라인 서버를 도입했고, 8주차 무관중 생중계에 이어 9주차부터 유관중 경기로 재개됐다. 무관중 경기였을 때도 디도스 공격은 이뤄졌다. 하지만 LCK는 디도스 공격에 대비해 온라인 서버망이 아닌 오프라인 서버망을 구축해 경기를 진행했고, 이에 디도스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리그는 진행했지만, 이번엔 특정 팀으로 디도스 공격이 옮겨갔다.
LCK 최고 인기 팀인 T1은 지속적으로 디도스 공격에 시달렸다. 솔로랭크 연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디도스 테러를 당했다. 이를 확인한 라이엇 게임즈가 ‘슈퍼 계정’을 T1 선수들에게 부여했으나 너무 낮은 MMR(비슷한 실력의 상대와 게임하는 시스템) 탓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T1은 플레이오프 기간 내내 사실상 스크림(팀 연습)만으로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 패배 후 ‘페이커’ 이상혁은 “솔로랭크를 연습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다”면서 “단기적으로 솔로랭크 연습량이 줄어든다고 경기력이 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준비 기간이 길었고, 패치도 여러 번 진행됐다. 다른 팀들에 비해 공평하지 못한 연습 기회를 얻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정균 T1 감독도 당시 “MMR 차이가 있기에 선수들이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LCK 스프링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롤의 인기도 다시금 입증됐다. 다만 디도스 테러 대응 실패는 유일한 흠으로 남았다. 아직 팀 차원으로 가해지는 디도스 공격에 대한 해결책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반드시 디도스 테러에 관해 확실한 대응 및 매뉴얼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