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김현주 “도전에 응할 여유가 생겼다” [쿠키인터뷰]

‘선산’ 김현주 “도전에 응할 여유가 생겼다”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선산’ 주인공 윤서하 연기한 배우 김현주
청춘스타 지나 장르물 섭렵…“아직 갈 길 멀다”

온라인에서 배우 김현주와 박성훈의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은 ‘선산’ 속 부부싸움 장면.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바람을 피우다가 걸린 남편은 끝까지 뻔뻔했다. 아내가 물려받은 선산이 공동재산이라며 버틴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아내는 “네가 이런 인간인지도 모르고 결혼한 내가 미친 X”이라고 맞선다. 배우 김현주는 넷플릭스 ‘선산’에서 이 장면을 찍으며 속이 후련했다고 한다. “감정을 억누르는 연기를 주로 하다가 있는 그대로 내뿜으니 희열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가 출연작에서 욕설 연기를 한 것은 데뷔 30여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주는 “(새로운 캐릭터가 주어졌을 때) 도전에 응할 심리적인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선산’에서 존재도 모르던 작은아버지에게 선산을 물려받은 윤서하를 맡았다. 갑자기 나타나 선산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복동생 김영호(류경수)에 공포를 느껴 반격하는 인물이다. 김현주는 그간 드라마에서 부모를 여의고 꿈을 이루는 캔디(MBC ‘햇빛 속으로’)나 재벌 2세와 사랑에 빠지는 K장녀(KBS2 ‘가족끼리 왜 이래’)를 주로 맡았다. ‘선산’에선 영 딴판이다. 먹고 사느라 얼굴이 버석하고 삶의 결핍을 숨기느라 속이 꼬였다. 시간강사인 자신을 교수라 소개하는 허세, 이복동생 납치를 사주하는 비열함도 그에겐 있다.

“지질하고 욕망에 찬, 김현주의 새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연상호 감독의 예고는 작품에서 실현됐다. 김현주는 “결핍이 많은 윤서하의 메마른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과 김현주는 ‘지옥’ ‘정이’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사이. 김현주는 연 감독이 쓴 ‘선산’ 대본을 보며 ‘윤서하가 방해되는 인물을 다 죽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졌다고 했다. 작품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윤서하처럼 보여도 괜찮겠다고도 생각했단다. 이렇게 완성한 ‘선산’은 24일 넷플릭스 시청량 순위에서 비영어권 TV드라마 부문 전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지옥’(1위)과 ‘정이’(1위)에 이은 세 번째 톱10 진입 기록이다.

‘선산’ 속 김현주. 넷플릭스

재개발이 목전인 선산을 하루아침에 갖게 된 윤서하처럼 김현주에게도 인생을 바꿀 행운이 있었다. 데뷔 때가 그랬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1995년 잡지사 전속모델로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이런 그를 당시 어느 기자가 눈여겨봐 독자 모델로 소개했다. 사진을 본 하홍 감독은 김현주를 가수 김현철의 노래 ‘일생을’(1996)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첫 기획사를 만난 것도 그즈음이었다. 다만 김현주는 앞날을 운에만 걸지 않았다. 1997년 MBC ‘내가 사는 이유’로 TV에 데뷔한 후 청춘 드라마와 시대극, 가족 드라마를 오가며 외연을 넓혔다.

한때는 미디어가 요구한 청춘스타 이미지에 갇혀 “스스로 갉아먹고 말라가는 느낌”도 받았다. 김현주는 “그래서 활동을 쉬기도 했고 갈증을 해소하려 새로운 작품을 찾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다”며 “대중의 입맛에 맞는 배우가 돼야 하나 고민하면서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고군분투를 나름대로 했다”고 돌아봤다. 이런 그를 재발견하게 해준 드라마가 OCN ‘왓쳐’다. 경찰 내 감찰반을 다룬 이 작품은 김현주를 각종 장르물로 데려갔다. 그는 이후 사이비 종교 피해자를 지원하는 변호사(‘지옥’ 민혜진), 전설로 불리는 용병(‘정이’ 윤정이), 국회의원 남편의 비밀을 안 아내(SBS ‘트롤리’) 등을 맡아 두 번째 전성기를 누렸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평가에도 김현주는 여전히 목마르다. 그는 “감사하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고 했다. 차기작으로는 ‘지옥’ 시즌2를 내놓는다. 이전 시즌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유아인이 마약 혐의로 기소되면서 배우 김성철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촬영은 이미 끝나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김현주는 “몇 년간 쉬지 않고 일했으니 당분간 저를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남녀가 주인공을 맡기보단 배우들 여러 명이 다 같이 만드는 작품도 해보고 싶다. 행운을 바라기보단 노력하고 움직인 만큼 (보상이) 돌아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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