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직산서 태어난 ‘장렬왕후’ 아시나요

천안 직산서 태어난 ‘장렬왕후’ 아시나요

주민들이 만든 역사마당극 직산현관아 공연
우리역사문화협동조합 수강생들 멋진 한 판

장렬왕후(1624~1688)를 아는 이는 드물다. 이런 왕비를 소재로 한 마당극이 28일 천안 직산현관아 앞마당에서 열렸다. 천안의 우리역사문화협동조합(이사장 이완희)이 역사문화콘텐츠운용사 양성아카데미 수강생을 출연자로 내세워 마당극을 공연했다.

장렬왕후는 부친이 직산현감일 때 직산에서 태어나, 1638년 15세 나이로 인조의 계비가 된 인물이다. 유일한 천안출신 왕비인 셈이다.

28일 오후 6시 해가 질 무렵, 직산현관아를 지키는 정령들이 나타나 천안 관련 역사인물들을 꼽았다. 왕건, 박문수, 홍대용, 이동녕, 유관순…. 그런데 한 정령이 “직산에서 태어난 장렬왕후를 아는가?” 외치면서 왕후의 존재를 알렸다.

자의대비, 조대비로 불린 장렬왕후는 효종(1619~1659)이 죽으면서 원치 않게 정쟁의 주인공이 됐다. 인조가 장렬왕후와 재혼해 효종은 그의 아들이 됐다. “아들이 죽었을 때 어머니는 몇 년간 상복을 입어야 하는가.” 이 문제로 서인-남인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15년 후 효종의 부인, 즉 장렬왕후 며느리가 죽어 또 상복 기간을 두고 두 정파가 대립했다.

28일 천안 직산현관아서 열린 마당극 ‘장렬왕후’에서 주인공(오른쪽)이 효종에게 대동법 시행을 권유하고 있다.    사진=조한필 기자


28일 천안 직산현관아서 열린 마당극 ‘장렬왕후’에서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는 모습.
   사진=조한필 기자

이런 비운의 주인공 이야기를 아마추어 연기자 10여 명이 재미있게 풀어갔다. 연기자는 대부분 40~50대 여성들로 “처음 하는 연기로 볼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는 관객들 찬사를 받았다.

스토리텔링도 무난했다. 당시 백성들 최대 어려움인 지역 특산물 징수 문제를 슬쩍 끼워 넣어 역사성을 높였다. 당시 농민에게 “해산물을 내놔라”하는 등 폐해가 극심했다. 극 중에서 장렬왕후가 효종에게 해결책으로 대동법 시행을 적극 권유했다. 실제로 1651년 8월 효종은 영의정 김육의 건의로 충청도에 대동법을 확대했지만, 장렬왕후 역할은 확인할 수 없다.

45분간 진행된 마당극이 끝나고 직산현관아는 어둠 속에 묻혔다. 출연자들은 마당극 판을 열어준 이완희 이사장과 자신들을 연기자로 만든 성장순 총감독을 불러내 꽃다발을 안겼다. 이어 관객까지 합세한 춤판으로 마당극은 마무리됐다.

28일 마당극 ‘장렬왕후’ 출연자들이 이완희 이사장과 성장순 총감독에게 꽃다발을 선사하고 춤판을 벌이고 있다.    사진=조한필 기자


28일 천안 직산현관아서 열린 마당극 ‘장렬왕후’. 주인공 왕후의 장례 모습.  사진=조한필 기자

우리역사문화협동조합의 마당극 ‘장렬왕후’ 홍보포스터.

천안=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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