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 걸려도 병원 안 가”… 여전히 높은 산부인과 문턱

“질염 걸려도 병원 안 가”… 여전히 높은 산부인과 문턱

10명 중 3명, 질염 있어도 병원 안 가고 방치
시간 없고, 검진 불편해서… 산부인과 진료 기피
“질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 정기검진 받아야”

쿠키뉴스 자료사진

#임모(27)씨는 질염에 걸린 듯 해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2~3일 지나면 증상이 완화된 것 같아서다. 증상이 있을 땐 통 넓은 바지를 입으며 버틴다. 임씨는 “큰 병으로 번질 거라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병원 갈 시간이 없어 산부인과 방문은 잘 안 하게 된다”고 밝혔다.

#2001년생인 김모씨는 최근 자궁경부암 무료 검진 대상이라는 우편물을 받고, 22년 만에 처음으로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생리불순이 있어 병원에 가야 했지만, 임신부가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검사 결과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질염 진단을 받아 약을 처방 받았다. 김씨는 “평소 큰 불편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질염이 있다고 해서 놀랐다”며 “약을 먹고 치료를 하니 금방 낫는데, 괜히 고생한 것 같아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19~39세 성인 여성 10명 중 1~2명은 부인과 질환으로 몸이 불편한데도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7월호에서 최승아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여성의 부인과 의료 이용 현황 과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질염은 여성 4~5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최 교수가 여성 4552명을 대상으로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 건강조사’ 내 의료 이용 설문 결과를 추출한 결과 19~64세 성인 여성 중 27.5%는 현재 질염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5~29세는 51만2876명, 30~34세 43만3822명, 35~39세 38만8698명은 질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부인과 질환이 있음에도 의료서비스를 받지 않았다(의료 미충족 경험)고 답한 여성은 상당수다. 19~39세 여성 중 15.4%는 의료 미충족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40~64세는 9.4%, 13~18세 청소년도 8.4%로 높은 편이었다. 특히 질염을 진단 받았던 여성의 경우 29%가 미충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진료를 받지 않은 주된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 △증세가 가벼워서 △산부인과 검진이 불편해서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최 교수는 “초기 청년기(19~39세)와 중장년기(40~64세)는 특히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도 출산과 육아, 돌봄의 부담이 큰 시기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부인과 진료를 받을 시간이 없다고 답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진의 불편감과 산부인과에 대한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부인과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정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부인과 진료는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서만 필요한 것이라는 편견 등으로 많은 여성이 진료를 주저하거나 미루고 있다”며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대 수명보다 건강 수명의 분율을 높이려면 부인과 진료의 장애물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자체에 대한 인식 뿐 아니라, 부인과 질환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엄정민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염은 여성의 질 내부에 염증이 발생하는 상태”라며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가까운 산부인과에 방문해 증상 초기에 진료를 받는다면 치료가 잘 된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골반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골반염이 오면 난임의 원인이 되며, 추후 임신이 되더라도 자궁 외 임신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여성 질환은 초기에 치료하면 치료 성과가 좋다. 질염, 생리불순은 물론,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과 같은 양성 부인과 질환도 초기에 치료하면 중증으로 가는 것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증상이 있을 때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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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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