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이 지역구 물색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비례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선택해도 ‘민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재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위기다.
비례 국회의원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역들이 있는 지역구에 도전해야 한다. 이들에게 재선의 길은 멀고 먼 가시밭길로 통한다. 이미 당에서 ‘한 번의 혜택’을 받았다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지난 20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52명(승계 포함) 가운데 21대 국회에 지역구 의원으로 재입성한 의원은 4명뿐이다.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의 생존은 약 8%~10%에 그친다.
이 때문에 비례 국회의원은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 등 지역조직을 이끄는 위원장 자리를 따내는데 공을 들인다. 당협위원장은 보통 현역 지역구 의원이 맡는 만큼 차기 총선 공천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역구와 스킨쉽을 넓히기 위해 지역구 의원이 있는데도 사무실을 열어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비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이 재선을 위한 지역구 노리기에 몰두한다는 지적이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적이다. 서 의원은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경기 용인병을 노리고 있다. 지난 18일 용인 수지에 지역사무소도 열었다.
문제는 지역 민심과 막강한 경쟁자다. 정춘숙 의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선출된 후 제21대 경기 용인시병 지역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정 의원을 능가하는 탄탄한 지역 민심을 얻지 못할 경우, 서 의원이 직면할 재선의 벽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민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용인 수지구에 27년째 살고 있는 강모(31)씨는 “집중호우로 인해 체육공원에 패인 자국이 많았는데 관련 민원을 정춘숙 의원은 빨리 해결해주는 등 지역 민심에 귀 기울여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서 의원은 지역에서 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용인 수지구에서 나고 자란 박모(31)씨도 “서 의원이 지역을 위해 어떤 의정활동을 했는지 체감하기 어렵다”라며 “동네에 사는 대다수 친구들 의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총선 전망은 어둡다. 서 의원은 당원협의회(당협) 조직위원장 공모 과정에서 경기 용인병에 도전했으나 심사가 보류된 바 있다.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 자리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비례 국회의원이 공천 받는 일은 쉽지 않다. 전략공천 등 당내 상황에 따라 확연히 분위기가 달라지는 탓이다. 당내 권력구조에 의해 공천 결과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어렵게 최종 후보로 선출되어도 총선 당일 승리하지 못할 경우, 국회 입성에 실패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용인시 병은 과거 보수의 아성이라고 할 만큼 보수 색채가 강한 선거구로,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노른자 지역”이라며 “국회에 ‘무혈입성’한 비례대표들이 모험 대신 노른자 땅을 골라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틀을 잡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아무리 노른자 땅이라고 해도 능력 없는 초선들의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당내 주류가 아니면 공천을 받지 못한다”라며 “지역에서 경쟁력이 없는 경우 공천·재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안소현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