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 늘었지만 빙과업계 고심…“수익 내기 어려워”

무인매장 늘었지만 빙과업계 고심…“수익 내기 어려워”

아이스크림 무인매장 매년 증가세
"창업비용 저렴…인건비도 절약"
"아이스크림=할인가격, 수익창출 어려워"

사진=안세진 기자

최근 몇 년간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같은 무인점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어려워진 경영 상황과 더불어 급등한 인건비 부담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빙과업계는 고심이다. 무인 매장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사라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매출과 신규가맹점 비중은 전년 대비 각각 11%, 24%씩 성장했다. 아이스크림 무인 할인점 점포 수(추정치)는 2019년 1975개, 2020년 2208개, 2021년 4437개, 지난해 6682개로 매해 꾸준히 늘었다. 여기에 소규모 프랜차이즈나 개인 창업까지 더하면 점포 수는 훨씬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결국 ‘인건비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최저임금은 8350원에서 9620원으로 약 15% 올랐다. 현재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급 만원을 넘어설 거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이같은 추세는 ‘나홀로 사장님’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426만7000명으로,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46만7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혼자 일하거나 임금을 받지 않는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로 무인 매장도 여기에 해당된다. 

한 가게 사장님은 “직접 관리를 하다가 재작년부터 키오스크를 설치해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처음엔 걱정도 많이 됐는데 생각보다 큰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씩 절도 사건이 발생하는데 CCTV도 잘 설치되어 있어서 못 잡는 경우는 거의 없을뿐더러 애초에 아이스크림 가격이 비싸지 않은 만큼 큰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보다 저렴한 창업비용도 한 몫 했다. 마포구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님은 “다른 업종 창업에 비해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에 비용이 저렴하다”면서 “1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고 각 업체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아이스크림을 채워주기까지 하니까 큰 힘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하지만 빙과업계 분위기는 밝지 않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이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아이스크림 ‘상시 할인체제’는 지난 2010년 오픈프라이스(판매가격표시) 제도 도입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오픈프라이스란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롯데, 빙그레 등 제조업체가 아이스크림을 생산해도 가격은 최종적으로 편의점, 마트 등 판매업체에 의해 결정되는 셈이다. 

당시 마트나 편의점은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되면서 이들은 상시할인 판매를 하던 아이스크림 가격을 일괄적으로 100~200원씩 올렸다.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심해지자 정부는 2011년 1년여 만에 오픈프라이스를 폐지하게 됐다.

제도는 폐지됐지만 ‘아이스크림은 할인된 가격에’라는 공식은 시장에 깊게 뿌리내렸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이스크림은 할인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고, 판매업체는 여전히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판매업체를 통해 아이스크림을 팔아야 하는 만큼, 제조업체 또한 저가 납품을 하는 방식으로 판매량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매업체인 유통사들은 제조업체에게 갑이다. 이들이 제품을 판매해주지 않으면 제조사는 상품을 판매할 창구가 없어지는 셈”이라며 “오픈프라이스 이후 각종 유통사들은 저가 아이스크림을 원했고 제조사들은 이에 맞게 제품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유 가격 상승까지 예고돼 있어 빙과 업계로서는 수익성 압박을 더욱 받는 중이다. 낙농진흥회는 이달 9일부터 소위원회를 열고 원유 기본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터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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