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걷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 그 수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전기차 수량 대비 충전소가 부족해 이른바 ‘슬롯(충전소) 확보’가 관건이다. 전기차 충전기는 급속 충전과 완속 충전으로 나뉘는데, 대부분 아파트처럼 장기간 주차하는 곳들을 대상으로 완속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새롭게 전기차 충전기 설치 또한 쉽지 않아 급속 충전기 설치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때에 전기차를 충전하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가 있다면 이러한 애로사항은 대폭 감소할 것이다. 휴대전화에서 휴대전화로 데이터를 보내주듯 여유 전력이 있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활용해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면 어떨까.


‘기아와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 티비유(TBU)’는 이러한 기술을 시범운영 하고 있다. 양사는 차량 간 급속 충전 기술을 갖춘 이동형 충전 차량을 투입해 충전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아가 개발 중인 차량 간 급속 충전 기술은 두 전기차의 충전구를 케이블로 연결해 차량 간 충·방전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티비유의 전기차 충전 플랫폼 ‘일렉베리(elecvery)’ 앱에서 충전 장소와 시간 등을 입력한 뒤 신청하면 1회에 한해 30㎾h까지 무료로 충전을 받을 수 있다.
#전기도 배달이 되나요?
기자는 일명 ‘찾아가는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체험했다. 앱을 통해서 충전소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함께 충전 가격, 충전소 붐빔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한 뒤 현황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동형 충전기의 현황을 볼 수 있다. 모든 서비스가 비대면으로 진행되어 배달 플랫폼과 똑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랙베리 백상진 대표는 “배달시키듯이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며 “주거지 내에 충전 인프라가 없어도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반 충전소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기아자동차 국내e솔루션 이우성 책임은 “배달 서비스를 처음 이용할 때를 떠올려보면 음식값 대비 배달료가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배달료를 내면서 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말했다. 또한 추후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쿠팡 라이더스, 카카오 대리운전처럼 전기차 유저가 직접 자동차 자체의 배터리를 통해 전력을 제공하는 등 제조 원가가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공간 활용과 비용면에서 효율성이 기대된다.
#전기차 충전소를 늘리면 해결되는 일 아닌가요?
지난해 기준 기아 전기차 보급 대수 대비 충전 인프라는 2배 차이가 난다. 올해는 전기차 보급 목표가 26만5000대 이상이지만, 충전 인프라 확대 계획은 6만5000대에 그친다.
많은 이들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대폭 늘리지 못하는 이유가 돈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력 수급이 가장 문제다. 충전 인프라를 필요한 만큼 설치하면 ‘블랙 아웃’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급속 충전기 한 대에 필요한 전력이 5층짜리 건물 하나에 들어가는 전력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 충전소 한 대를 세우는 것은 발전소를 세우는 것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아파트 입주민 대비 10%만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오현민(36·남)씨는 “시간을 내서 충전하러 가고, 충전되기까지 기다린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생각보다 피로한 일”이라며 “해당 서비스를 통해 시간을 많이 단축해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연기관 주유 대비 시간이 많이 든다”며 “주유하려고 외출하지 않고 외출하는 길에 주유 했던 것처럼 전기차 충전 보급도 대중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