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정부가 경제를 주도하는 것이 최선일까. 지역사회 주민, 사회적 약자, 시민단체 등이 연대하는 ‘사회적 경제’가 이상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기존의 시장경제와 다르다. 경쟁에 기반한 이윤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대신, 사람 중심의 윤리적 경제 공동체를 추구한다. 비영리조직(NPO)과 사회적협동조합이 사회적 경제의 핵심 구성요소다. NPO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인권·환경 등 공익 목적으로 운영되는 단체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NPO의 한 유형이다.
9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채비에서 진행된 비영리조직의 경영전문성 강화를 위한 집중 워크숍에서 임종한 사회적가치경영연구원 이사장과 마르쿠스 그무어 스위스 프리브르 대학교 경제학 및 사회과학부 교수를 만나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과 활성화 방안을 들었다.
NPO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그무어 교수: NPO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으로 운영됩니다.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시민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각각의 지역사회가 마주한 환경과 시민들의 삶은 굉장히 다를 것입니다. 시민들이 필요로하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정부가 모두 제공하기는 불가능해요. 시민들이 NPO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기효능감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어떤 성격을 가진 조직인가요?
임종한 이사: 협동조합은 여러 조합원이 출자를 통해 설립하고, 조합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토의하고, 공동의 협의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사회적 협동조합은 공익적 활동을 목적으로 운영됩니다. 어르신 돌봄, 이주민 및 사회적 약자를 보호, 기후위기 대응 등이 주요 활동 분야입니다. 정부와 기업에게만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채우는 조직이죠.
사회적 경제는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요?
그무어 교수: 사회적 자본을 풍부하게 합니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의 관계망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해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회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고립과 소외가 사라지고, 사회 전반의 행복도와 삶의 질도 상승합니다. 사회적 자본은 정부 주도의 정책이나 돈으로는 마련할 수 없는 것이에요. 시민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경제 시스템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기에 가장 적합합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경제가 충분히 실현되고 있나요?
임종한 이사: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유럽은 협동조합의 역사가 길어 100년 넘은 조직도 흔합니다. 한국은 협동조합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이제 11년 정도 됐어요. 협동조합기본법이 지난 2011년 제정되면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나 공동육아 협동조합 등 돌봄을 위한 조직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노인, 환자, 아동 돌봄은 정부의 복지나 기업의 상품만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큰 분야입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이 돌봄 공백을 채우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무어 교수: 공익적 단체는 가난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몸에 해로운 담배를 만드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에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를 돕는 봉사 단체가 돈을 벌면 굉장한 반감을 드러냅니다. 사회적 협동조합도 경쟁력을 갖추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종사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조직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어요.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임종한 이사: 다음 세대를 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조합원으로서 당장 수중에 큰 이익이 들어오지 않아도, 비물질적 보상이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령 사회적 협동조합은 구성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라 고용안정, 가족과의 시간 등을 보장하도록 운영 방침을 정할 수 있어요. 지역사회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도 발굴해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리 잡으면, 사회서비스가 양적·질적 측면에서 풍요로워질 겁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