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 이모탈’, ‘님폰없’ 악몽은 잊어라! [쿡기자가 해봤다]

‘디아 이모탈’, ‘님폰없’ 악몽은 잊어라! [쿡기자가 해봤다]

'디아블로 이모탈'.   블리자드

 


“Do you guys not have phones?(여러분은 스마트폰도 없나요?)”


2018년 블리즈컨 당시 이른바 ‘님폰없’ 발언으로 잘 알려진 ‘다이블로 이모탈(이하 디아 이모탈)’이 4년 만에 출시됐다. 공개된 직후만 해도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디아 이모탈은 현재 기대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블리자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블리자드 최초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 게임(MMORPG)인 디아 이모탈은 PC와 모바일 양쪽 플랫폼에서 연동이 되는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한다. 모바일 게임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자동전투’는 찾아볼 수 없다.

8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디아 이모탈은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8위에 자리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2일 모바일 버전 사전 출시 후 하루 만에 양대 앱마켓과 원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게임&스포츠팀 기자들은 디아 이모탈을 플레이한 소감을 나눠봤다.

'님폰없' 발언의 장본인 와이엇 챙.   줌 화면 캡처

‘님폰없’ 악몽은 이제 그만… 기대이상의 만족스런 퀄리티

문대찬 : 디아 이모탈, 우여곡절이 많은 게임이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우리 둘다 우려와 기대를 모두 가지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디아 이모탈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강한결 :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기대이상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2018년 소위 ‘님폰없’ 사태를 직접 본 사람으로서 디아 이모탈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다. 물론 몇 차례 클로즈베타(CBT)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의문부호가 있었다. 하지만 정식 출시 후 플레이해보니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자동사냥을 뺐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디아블로 시리즈 특유의 핵앤슬래시 감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문대찬 : 개인적으로 모바일 MMORPG를 할 때 나는 조작감을 중요시한다. 특히 수동 전투를 강조한 게임을 할 땐 더욱 그렇다. 디아 이모탈은 그런 면에서 최근 플레이 한 게임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조작감이 뛰어났다. 타격 모션이나 타격감도 좋아서 꽤나 즐겁게 사냥할 수 있었다.

강한결 기자가 선택한 '악마 사냥꾼'.   사진=강한결 기자

강한결 : 대찬 기자는 원래 이런 게임을 할 때 보통 원거리 물리 캐릭터를 고르지 않나. 이번에는 어떤 직업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난 디아블로3를 할 때 ‘악마 사냥꾼’을 키운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동일한 직업을 선택했다. 체력이 낮아 세심한 컨트롤이 요구되지만, 그만큼 빠른 템포로 적을 학살하는 스타일리시한 전투도 가능하다.

문대찬 : 이번에는 원거리 딜러가 아닌 근거리 탱커 ‘성전사’를 선택했다. 앞선 CBT와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 성전사에 대한 평이 좋다는 걸 듣고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직접 플레이 해보니 공격과 방어 밸런스도 훌륭하고, 스킬 세팅이 핵앤슬래시 게임에 특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군중제어기(CC)도 훌륭해서 안정성도 갖고 있더라.

디아블로3가 연상되는 디아 이모탈 컷신.   사진=강한결 기자

디아블로 시리즈 정체성은 듬뿍…이모탈만의 차별점은 다소 부족해

문대찬 : 다만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있다. 전반적인 그래픽과 UI(유저 인터페이스)가 디아블로3와 매우 유사한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아블로3는 앞선 시리즈에 비해 캐주얼한 색감을 사용했는데, 이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상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픽 품질을 떠나서 전반적인 색감이나 분위기, 모델링 등을 수정했다면 디아 이모탈만의 개성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강한결 : 일정 부분은 동의하면서도 조금 다른 의견도 있다.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으로 회자되는 디아블로2는 그로테스크한 그래픽과 움울한 스토리 등으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리마스터 버전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인기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나는 디아블로3의 캐주얼한 그래픽도 좋아했다. 특히 인터페이스와 편의성 면에서는 디아블로2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디아 이모탈의 UI와 그래픽은 마음에 들었다.

문대찬 : 스토리는 어땠나. 항상 말하지만 나는 최근 모바일 MMORPG의 스토리가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것이 굉장히 불만이다. 하지만 디아 이모탈은 달랐다. 국내 양산형 게임들이 취하는 스토리의 원류가 디아블로 아닌가. 역시 ‘원조답다’는 생각이 들더라.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참여하는 방식이 훨씬 능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제단 부수기’ 같은 퀘스트 안의 이벤트 또한 적절히 버무려져 즐기기 좋았다. 무엇보다 주요 인물들의 대사가 성우들의 목소리로 풀더빙 돼 있어 몰입감이 더욱 높았던 것 같다.

파티를 맺어 '레오릭 왕'을 사냥하는 모습.   사진=강한결 기자

강한결 : 동감한다. 디아 이모탈은 시간대는 디아블로2와 디아블로3의 중간 지점이다. 그러다 보니 친숙한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예를 들어 초반 등장하는 보스 ‘레오릭 왕’은 디아블로1부터 등장한 유서 깊은 인물이다. 레오릭 처지를 의뢰하는 ‘줄’은 디아블로2의 플레이어블 강령술사이며, 줄의 동료인 ‘데커드 케인’은 디아블로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인물이다. 디아 이모탈의 스토리는 오랫동안 쌓아온 시리즈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문대찬 :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스토리 외에 디아블로만의 차별점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나 또한 여느 사람들처럼 디아블로2를 플레이 해 본 경험이 있지만, 사실 플레이 환경이 모바일 기기로 옮겨졌다는 것 외에 전작들의 개성은 다소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디아블로의 가장 큰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다크’한 감성이 게임 전반에서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이 때문에 잘 짜인 스토리가 힘을 받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소 아쉬움을 자아낸 PC버전 UI.   사진=강한결 기자

‘훌륭한’ 모바일 최적화… ‘아쉬운’ PC버전 UI

강한결 : 사실 우리 둘 다 모바일 게임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웃음).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얘기도 나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이 말은 확실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디아 이모탈은 굉장히 잘 만든 모바일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아블로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강점을 모두 취했다는 인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아블로 시리즈는 핵앤슬래시 장르의 선구자 격인 작품이다. 극한의 컨트롤로 스킬을 난사하며 빠르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만약 디아 이모탈이 자동전투 시스템을 도입했다면,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MMORPG에서 자동 시스템을 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00% 수동전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조작감과 호쾌한 타격감이 수반돼야 한다. 그런데 디아 이모탈은 이러한 선결 조건을 완벽히 충족했다. 이 점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문대찬 : 맞다. 그리고 한결 기자가 말한 것만큼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최적화다. 최근 국내에서 출시된 대작 모바일 MMORPG 대부분이 PC와 모바일을 모두 지원하는 크로스 플레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모바일이 아닌 PC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에서 수동전투를 하다 보면 버벅거리는 현상이 생기고 발열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최적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아 이모탈의 모바일 최적화는 흠잡을 부분이 없다. 내가 사용하는 갤럭시 S22 기종에선 렉과 발열이 없어, 손쉽게 컨트롤이 가능했다. 타격 모션이나 타격감도 좋아서 즐겁게 사냥할 수 있었다. 한결 기자의 스마트폰이 갤럭시 S10인 걸로 알고 있는데, 비교적 오래된 모델에서도 자잘한 오류 없이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최적화 문제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강한결 : 굳이 한 가지 아쉬움을 뽑자면 PC 쪽이 아닐까 싶다. 물론 PC버전 그래픽은 모바일보다 훨씬 부드럽고 품질이 좋았지만, 모바일 UI가 그대로 적용돼 다소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모바일 스크린에서 PC 모니터로 화면이 커진 만큼 인터페이스의 크기도 비례해서 조절될 필요가 있었지만, 이 부분에 대한 기능이 아직은 없다. 추후 PC 버전 전용 UI 혹은 인터페이스 위치 및 크기 조절 기능이 필요해 보였다.


'디아블로 이모탈'.   블리자드

 디아 이모탈, ‘고인물’과 ‘뉴비’ 모두 만족할 웰메이드 모바일 게임

문대찬 : 디아 이모탈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잘 만든 모바일 게임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최근 천편일률적인 양산형 모바일 MMORPG가 난립하는 가운데 디아 이모탈은 군계일학과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블리자드의 실수로 불렸던 게임이 이제는 블리자드의 희망이 됐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강한결 : 동감한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전투 방식 등 전작들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여기에 최근 트렌드에 맞게 ‘궁극기 스킬’을 도입하거나 스토리를 따라가는 방식 등에 변화를 줬기 때문에 전작을 경험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문대찬 : 정리해보자면 디아 이모탈은 디아블로 시리즈를 오랫동안 즐겨온 ‘고인물’과 최신 모바일 게임 문법에 익숙한 ‘뉴비’들도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게임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블리자드가 직접 “디아 이모탈은 꾸준히 콘텐츠가 업데이트되는 라이브 게임”이라고 밝힌 만큼, 디아 이모탈이 결점을 극복하고 더 완벽한 게임이 되길 바란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문대찬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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