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책임총리’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선보일 책임총리제에 부정적인 모양새다. 이들은 개헌을 포함한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실상 책임총리를 더욱 실질적으로 구현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이 있고 결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장관과 총리로 새 정부를 출범시켜나가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책임총리제 실현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지난 4일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이) 내각 인선안을 (한 총리 후보자에게) 먼저 보고하라고 했다”라며 “임명될 총리랑 내각 구성을 3시간 이상 논의한 적이 (역대 정권에서) 없었다고 한다. 실질적 제청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에는 총리의 인사권 행사에 관한 조항이 있다. 헌법 제87조에 따르면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아울러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장 비서실장이 언급한 ‘실질적 제청권’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장관 제청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장 실장은 책임총리 추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체 임명권은 대통령에 있다. (인사) 분야를 나누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대통령이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인사 추천권을 주되 검증을 다른 팀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관은 차관을 총리는 장관에 대한 추천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책임총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새롭게 출범할 윤 정부의 책임총리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책임총리제 도입과 관련해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력을 나누는 형태로 이뤄지는 책임총리이기에 개헌을 포함한 제도화가 필수라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책임총리라는 것은 대통령이 가진 권력을 나누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권력의 속성 탓에 나누기가 잘 되지 않는다”라며 “제도 등의 강제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결국 권력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 책임총리의 권한을 제도로 확립하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이 자체도 쉽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 평론가도 “제도가 바뀌어야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는 (책임총리제 실현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헌법에 따르면 총리의 권한이 꽤 많다. 그런데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권한을 나누기가 어렵다”라며 “총리조차 대통령이 임명하는 상황에서 임명직 국무총리의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책임총리제가 원론적으로는 맞는 소리”라면서도 “대통령 개인의 선의에만 기대는 책임총리제는 쉽지 않다. 결국 제도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당선인 측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 김 대변인은 ‘책임’을 윤 정부가 선보일 책임총리의 핵심 요소로 꼽으면서도 이러한 고민을 함께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나름대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약속은 역대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